대법원까지 간 제주도 소주간 '상표전쟁'…1승1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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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역 소주 브랜드 간의 ‘상표전쟁’에서 신생 업체인 제주소주가 제주도 터줏대감 한라산 소주(이하 한라산)에 1승을 거뒀다.

상표분쟁의 원인이 된 '제주도 도안'

상표분쟁의 원인이 된 '제주도 도안'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는 '제주도 도안'에 대한 한라산 소주의 상표 등록을 취소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한라산 측의 상고를 기각해 "심결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 특허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제주도 도안 쓰지 말라" 제주소주 판정승 #지난해 "'올레' 쓰지 말라" 한라산이 이겨 #한라산 70% 점유, 제주소주는 신세계 업체

2011년 문제의 도안을 상표로 등록한 한라산 소주는 이 도안을 상품에 부착하지 않고 스탬프 모양으로 개량해 신문광고 등에만 사용했다. 이 도안은 하단에 '제주소주'라고 씌어 있어 얼핏 신생 업체인 제주소주의 기업명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다. 2015년 제주소주는 "한라산 측이 이 도안을 3년 간 상표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상표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특허심판을 제기했다. 상표법에 따르면 상표권의 기본 존속기간은 10년이지만, 상표권자가 등록한 상표를 '국내에서' '3년 이상' '지정 상품에'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취소사유가 된다고 정하고 있다. .

한라산 소주는 문제의 도안을 상품에 부착하지 않고 신문광고와 전단 등에 사용했다. 

한라산 소주는 문제의 도안을 상품에 부착하지 않고 신문광고와 전단 등에 사용했다. 

한라산 측은 이 도안을 신문광고 등에 사용한 사례 등을 제시했지만 특허심판원은 그해 6월 제주소주의 손을 들었고 특허법원도 같은 해 10월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특허법원은 "이 등록상표는 소주 상품에 표시된 것이 아니라 광고지 등의 여백에 표시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한라산 ORIGINAL’이나 ‘한라산 올래’ 등 상품을 위한 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한라산 측이 등록한 상표를 아무런 이유 없이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이같은 특허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두 회사 간의 '상표전쟁'은 2014년 제주소주가 첫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제주 올레길의 인기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한라산 소주가 '한라산 올래'라는 소주를 먼저 출시했고 잇따라 제주소주는 '올레' 소주를 출시했다. '올래' 또는 '올레'는 '이웃과 마주한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이다. 제주어 표기법 상으로는 '올레'가 맞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두 가지 표기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라산 측은 즉각 제주법원에 상표사용금지 소송을 냈고 제주법원은 '올레'를 '한라산 올래'의 유사상표라고 판단해 '올레'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제주법원은 '제주소주'라는 기업명도 쓰지 말고 제주소주 측의 소주 병입도 금지해달라는 한라산 측의 청구는 기각했다.

지금도 팔리고 있는 한라산소주의 '올래'

지금도 팔리고 있는 한라산소주의 '올래'

지금은 사라진 제주소주의 '올레'

지금은 사라진 제주소주의 '올레'

한라산 소주는 전국 시장 점유율은 1%~2% 안팎에 불과하지만 제주도 내에서는 7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지역 강자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상품 공급에 나서고 있다. 반면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제주소주는 최근 신제품 '푸른밤'을 내놓고 이마트 등 신세계의 유통망을 활용해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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