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시신 바뀌어 화장까지 마쳤는데… 유골속 보철물로 겨우 찾아

대전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바뀌었다가 되찾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신이 바뀐 것도 모르고 유족에게 다른 시신을 인계한 대전보훈병원 장례식장 홈페이지 화면.

12일 대전경찰청과 대덕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임모(46)씨로부터 “대전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시신이 바뀐 게 확인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전보훈병원에서 시신 바뀌는 황당한 사건 발생 #발인 직전 관이 바뀐 사실 확인, 먼저 떠난 시신 이미 화장 #유족 "관에 이름을 써놓았는데도 바뀐 건 안일한 처리" 항의

조사 결과 장례식장 측은 임씨 유족에게 시신을 인계하기 전 “큰일이 났다. 관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바뀐 관은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쯤 세종시 은하수공원 화장장으로 떠나 이미 화장이 진행 중이었다.

은하수공원으로 달려간 임씨 유족은 화장이 끝난 뒤 유골을 시신이 아버지(75)가 맞는 것을 확인했다. 유골 속에 남아 있는 보철물을 통해서다. 임씨 아버지는 생전에 관절 등에 보철물을 넣는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임씨의 아버지는 대전의 화장장에서 화장된 뒤 봉안시설에 임시로 안치될 예정이었다. 다음 달 현충원 안정이 예정돼 있어서다.

시신이 바뀐 것도 모르고 유족에게 다른 시신을 인계한 대전보훈병원 장례식장 홈페이지 화면.

임씨 유족은 장례식장 측의 안일한 처리로 시신이 바뀐 것이라며 항의했다. 관에 이름을 썼고 보관시설에도 번호를 붙였는데 바꿔서 내보낸 것은 실수를 넘어 안일한 일 처리라고 했다.

뒤바뀐 또 다른 시신은 A씨(85)로 6·25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알려졌다.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화장한 뒤 호국원에 안장 예정이었다. A씨 유족은 뒤늦게 시신이 바뀐 사실을 알고 장례식장으로 돌아와 다시 시신을 운구해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임씨는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지 못해 가족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며 “장례식장 측에서 사과를 해왔지만 일단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