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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이 "롯데에 강한 경고 보내라" 지시한 시기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호송차에서 내려 서초동 서울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20170530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호송차에서 내려 서초동 서울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20170530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롯데 배제'를 지시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12일 사정 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1차 면세점 대전'이 끝난 직후인 2015년 8월 경제수석실에 특별 지시를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수석실에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 독과점규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특별 지시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수석실을 통해 관세청,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관련 부처에 "롯데에 강한 워닝(경고)을 보내라"고 추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롯데는 잠실 월드타워점과 소공동 롯데면세점, SK의 워커힐면세점 3곳의 면허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정부가 원점에서 새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롯데 등 기존 사업자들은 재승인을 받아야 했고 두산·신세계DF 등 신규 진출을 노리던 사업자들은 승인을 받아야 했다.

결국 그해 11월 '2차 면세점 대전'에서 롯데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는 두산에, SK 워커힐면세점 특허는 신세계DF에 돌아갔다. 롯데는 본점인 소공동 롯데면세점 한 곳을 수성하는데만 그쳤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관세청이 롯데 월드타워점 심사 점수를 의도적으로 대폭 깎는 바람에 두산이 선정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2차 면세점 대전' 당시 심사위원장은 '시내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해야 하니 고려해달라'는 공정위 공문을 심사위원들에게 낭독하게 해 롯데에 불리한 분위기를 형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롯데 면세점 사업권 박탈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당시 경제 분야 고위 관료들의 직권남용 혐의 성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경제수석실이 관련 부처에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하달한 사실은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롯데 등 대기업 뇌물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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