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면세점 선정, 관세청이 점수 조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불거진 ‘면세점 게이트’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사실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한화와 두산그룹 계열사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관세청의 부당한 평가로 롯데 계열사가 두 차례 탈락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늘리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관세청이 기초 자료를 왜곡, 롯데를 포함해 필요성이 부족한 면세점이 4개 더 늘어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롯데 떨어지고 한화·두산 뽑혀 #박 전 대통령, 작년 신규발급 지시 #두 번 탈락한 롯데 추가로 선정 #감사원, 관련자 4명 수사 요청

이와 관련, 감사원은 면세점 사업자 평가 시 점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틀리게 준 관련자 4명에 대해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면세점 선정 시 공모 등의 부정행위로 특허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 관세법에 따라 특허를 취소하라고 관세청장에게 통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관련 대기업 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날 감사원은 2015년 7월(1차)·11월(2차) 면세점 사업자 특허 심사 과정과 2016년 4월(3차) 시내면세점 4개 추가 설치 계획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1차 서울 지역 3개의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관세청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부당하게 점수를 더 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은 한화의 경우 매장면적에 공용면적을 포함시켜 90점을 더 주는 등 240점 많게, 경쟁업체인 롯데는 점수를 190점 적게 산정해 한화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해 11월 2차 사업자 선정 때도 관세청은 롯데에 정당한 평가점수보다 191점을 적게 줬고, 두산은 48점을 적게 받아 두산이 사업자가 됐다.

관련기사

2016년 4월 면세점 사업자 4개를 추가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선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발급하라고 지시하자 당시 김낙회 관세청장이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3개의 특허를 추가 발급할 수 있다고 보고했고, 이후 기획재정부가 관세청에 특허 수를 4개로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최종적으로 4개 사업자를 추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 결과 앞서 두 차례 탈락했던 롯데가 지난해 말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은 특허 수(4개)를 맞추기 위해 매장당 적정 외국인 구매 고객 수와 점포당 매장면적 등의 기초 자료를 왜곡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2016년 서울 면세점 추가 선정이 롯데와 SK의 로비 결과라는 의혹이 포함돼 있으나 감사원은 “로비 여부는 감사에선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세청 간부들이 사업계획서 등 당시 자료를 파기한 사실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자료 파기를 결정한 천홍욱 관세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관세청장이 고발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