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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보이콧’ 빌미 된 비밀 협정 내용 밝혀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타르 단교 사태’의 빌미가 된 비밀 협정의 내용이 드러났다.
CNN은 10일(현지시간) “카타르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맺은 협약서를 단독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2013년 맺은 '리야드 협약'을 카타르가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근거로, 그간 이 협정의 존재는 알려졌었지만 관련 내용은 비밀에 부쳐져 왔다.

사우디 등 걸프만 국가들 카타르 단교 한 달째 #2013년 맺은 '리야드 협정' 내용 밝혀져 #렉스 틸러슨 미 국무, 문제 해결 위해 카타르 도착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2013년 부왕의 양위로 즉위한 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중앙포토]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2013년 부왕의 양위로 즉위한 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중앙포토]

카타르국기

카타르국기

앞서 지난달 5일 사우디는 바레인ㆍ아랍에미리트 등 GCC 수니파 국가들과 함께 카타르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가 시아파 맹주 이란과 교류하고, 자신들에 적대적인 알자지라 방송을 소유하고 있으며, 헤즈볼라와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를 지원하고 있단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의 이유일 뿐, 실제로는 이란의 세력이 커지는 것 등을 경계한 사우디가 소(小)국 카타르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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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따르면 카타르는 2013년 11월 23일 사우디를 비롯한 GCC 국가들과 협약을 맺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집트 군사 정부를 지지하겠다고 서로 약속한 내용으로, 당시 이집트 정부는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로 권력을 잡은 모하마드 무르시 정부를 끌어내린 상황이었다. 사우디가 그간 눈엣가시로 여겨온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을 카타르가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또 1년 후인 2014년 11월 맺은 두 번째 협약서에는 카타르 정부가 국영 방송 알자지라가 이집트 반정부 세력의 플랫폼이 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이집트의 안정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카타르는 협약서가 공개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CNN에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협정의 정신을 훼손했다”며 “당시 협정은 GCC 국가들이 협력하자는 데 의의가 있었다. 알자지라 폐쇄 요구 등은 사우디가 주장하는 ‘리야드 협약’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이들의 요구는 우리 주권에 대한 부당하고 전례없는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카타르 단교 사태, 미국 직접 나서  

한편,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미국이 직접 나섰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AP통신 등 외신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카타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틸러슨은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를 차례로 방문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글로벌 정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걸프만 국가 지도층 내부에 상당한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그가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은 해당 국가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뿐 아니라 카타르 역시 미국의 주요 우방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난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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