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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키운 프랜차이즈, 현상 유지 위해 가맹점 '갑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치킨집은 자영업의 대명사다. 소자본으로 별다른 기술 없이, 비교적 쉽게 도전할 수 있어서다.

외식 산업 진입 장벽 낮아 과열 #프랜차이즈 본점 생존이 화두 #수익 없으면 가맹점에서 뽑아내기 #한국 가맹업 산업의 구조적 문제 #"업계 자정과 변화 절실"

하지만 치킨집으로 돈 벌기는 녹록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업 거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액은 1억7619만원이다. 본지가 공정위에 등록된 치킨 브랜드 778개를 분석한 결과, 연 매출액이 평균에 달하는 업체는 92개뿐이었다.
  피자 가맹점의 사정도 치킨과 비슷하다. 등록된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 204개 중 점포당 평균 매출은 2억292만원이다. 이 평균을 상회하는 피자 브랜드는 도미노·미스터 피자·피자헛·피자에땅 등 10개 미만이다. 연 매출에서 임대료와 재료비, 인건비를 제하고 가맹점주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은 극히 일부다. 인천에서 지난해 3월까지 4년간 피자 가맹점을 운영해 온 A(50)는 현재는 같은 지역 경쟁사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린다. A는 “시급 1만원씩 한 달에 약 212만원을 받는데 이는 점주일 때보다 많은 액수”라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창업 희망자가 외식 프랜차이즈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스스로 아이템을 찾아 사업을 시작할 때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그나마 높아서다. 부족한 지식과 노하우를 본부에서 전수받아 실패 가능성을 줄기면서 초기 정착에 도움이 된다. 또 유명 가맹본부 상호의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신 시장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본부의 ‘지도와 통제’가 ‘갑질’로 변하는 부담이 있다.

가맹업 본부라고 ‘꽃길’만 걷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악착같이 덩치를 키우는 이유는 가맹점이 적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가맹점이 200개 이상은 되어야 안정적 수입이 확보되면서 현상 유지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본부는 가맹점을 확보한 뒤 초기 비용을 받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입이 필요하다. 약정된 수수료만으로는 본사 유지가 어렵거나, 성에 차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재료 공급사 등 관련사를 만들어 특수관계인에게 맡기고 비싼 가격으로 가맹점에 떠넘기는 수법으로 수익을 챙기는 일이 관행으로 여겨온 이유다. 본사의 잘못된 투자로 손해라도 보면 이를 가맹점에서 걷어 충당하려는 시도도 빈번했다. 트렌드가 수개월 단위로 변하는 외식 업계에서 인테리어를 새로 하거나 무리한 광고로 손님을 끌려고 하고, 이 과정에서 남는 것이 없는 가맹점은 고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결국 본점도 무너진다.
작은 가게에서 특별한 비법이나 운영 방법으로 성공해 소상공인의 희망, ‘성공 신화’로 불리던 맛집들이 프랜차이즈업에 뛰어든 뒤 ‘갑질 본점’으로 돌변하는 이유도 이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 산업 생태계의 문제다.

 결국 프랜차이즈업의 구조를 바꿔야 반복되는 을의 눈물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포화 상태 시장에서 등록과 등록 취소를 반복하는 행태에 대한 자정도 필요하다.
프랜차이즈협회 임영태 사무총장은 “그동안 법이 가맹본점에 가혹할 정도로 강화됐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곪아터질 때까지 방치한 것에 충격을 느낀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각종 수수료를 없애고 투명하게 경영을 공개하는 문화가 업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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