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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장관, ARF에서 남북외교장관 접촉 추진

중앙일보

입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음달 초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접촉할 의사가 있다고 10일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다음달 열리는 ARF에서 남북 회동 가능성이 높으냐"(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질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그 계기를 최대한 활용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앞서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ARF에서 이 외무상을 만나 태도 변화를 종용할 것이냐(이석현 민주당 의원)”는 질문에 “여건이 조성되면 얼마든지 만날 의사가 있다”고 답했었다.
 ARF는 남북을 포함,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 행사다. 별도로 양자회담을 조율하지 않더라도 모든 참석자가 참여하는 세션과 갈라 만찬 등 강 장관과 이 외무상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여러 차례 있다. 접촉이 성사된다면 북 측에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등에 대해 직접 추가적인 설명도 할 수 있다.
 이날 강 장관은 한ㆍ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의 성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베를린 구상 등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를 받았다. 강 장관은 “북핵을 둘러싸고 한ㆍ미ㆍ일, 북ㆍ중ㆍ러로 신 냉전체제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있다(서청원ㆍ문희상 의원)”는 질문엔 “방법론에서 서로의 초점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이것을 신냉전구도로 보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북한의 핵 폐기는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공통의 목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도 북핵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 중국과 러시아는 압력보다는 대화를 강조하고 있고, 저희는 추가 도발에 대해서 분명히 제재와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북한과는 혈맹 관계를 맺었고, 이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 배경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강 장관은 “혈맹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지금이 아니라 (북한과의) 전통적인 관계가 혈맹이었다는 의미로, 과거의 관계를 규정하는 차원에서 쓴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혈맹이란 단어는 과거의 중북관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쓴 것이고, 오늘날 중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관련 결의를 전면적으로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정상 차원에서 밝혔다”면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유엔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내용에 대해선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압력이 될 수 있는 제재를 결의에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가 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측의 독자제재에 대해 강 장관은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기업, 개인도 제재) 옵션도 지금 미국 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 미 측은 경제적 제재를 최대한으로 가한다는 입장이며, 안보리 제재 협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일방 제재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 부분에 있어 저희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측이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과 안보리 이사국과 협상한 결과로 나오는 결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외통위 현안보고에 함께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는 베를린 구상 발표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조 장관은 “베를린 구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보아가며, 당면 과제 협의·이행을 위한 남북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는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긴 호흡으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중단하겠다고 대상을 정한 것은 아니고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북한의 반응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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