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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시장경제와 자식농사의 공통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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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

만약 ‘재벌 개혁’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하면 그 결과는 어떨까. 아마 찬성이 압도적일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우수 기술 개발 실적과 우수 기술 인력의 상당 부분들이 대기업들에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서민들은 대기업끼리 똘똘 뭉쳐서 서민경제의 독과점과 불공정 경쟁의 횡포를 부렸다고 원망하고 있다.

무조건 혼만 내면 딴 길로 튀어 #자율·창의성 꽃피우게 띄워줘야 #독점금지법 등으로 재벌 횡포 잡되 #기술 개혁 몰두하게 북돋워야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업고 태어난 정권은 대다수 국민의 희망 사항을 풀어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만약 다수 국민의 희망에 따라 재벌 개혁을 하면, 어려운 국민경제와 청년 일자리는 개혁적으로 호전될 수 있을까. 재벌은 결코 대중적 인기의 정치적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때문에 재벌의 체질도, 그릇된 횡포도, 오로지 시장경제를 통해서 바로잡는 것이 순리에 맞다. 즉 시장경제 메커니즘으로 재벌을 바로잡으면 국가 경제와 중소기업 경쟁력은 물론 청년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시장경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마음과 머리의 자율성과 창의성이다. 철학자들은 아들, 딸의 자식과 시장경제의 공통점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한번 맺어진 인연은 절대로 단절할 수 없다. 둘째, 무관심하게 팽개쳐 두면 엇나갈 가능성이 항상 잠복하고 있다. 셋째, 무조건 혼내면 딴 길로 튀기 때문에 가능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기분 좋게 띄워서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독점 금지법’, 부정적 거래 횡포를 막는 ‘부정경쟁 방지법’ 그리고 신발명을 보호하는 ‘지식 재산권법’ 등 세 가지 법치만 제대로 운용했다면 대기업의 독점적 횡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 재벌의 횡포는 그동안 정부의 방관과 무관심의 산물인 셈이다. 인류 경제는 기술 개발이 거듭되면서 발전되어왔다. 시장경제의 활력은 기술 개발이고 기술 개발의 활력은 자율과 창의성이다. 자율과 창의성은 칭찬과 격려로 띄워줄 때 활력을 받게 된다.

재벌 개혁을 정치 쪽에서 대중적 인기용으로 활용하는 것보다 재벌이 기술 개발 개혁에 몰두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로 띄어주는 것이 국익에 도움 될 것이다.

선진사회와 후진사회의 차이는 국민의 창의적 기술 개발 수준과 정부의 기술 개발 의지에 달려 있다. 한국 정치권은 주로 정치제도와 사회제도를 개혁하는데 주력하고, 중국은 주로 기술혁신을 위한 경제제도를 개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중국 지도층은 주로 이공계 출신이고 한국 지도층은 주로 인문계 출신이다. 때문에 재벌 개혁도 한국은 정치적 잣대인 반면 중국은 기술개발 잣대에 두고 있다.

거대 에너지 경제면에서 보면, 현재 원전기술보다 천 배 이상 안전한 SMR, 초소형 핵융합 기술, 복합미생물을 이용한 방사선폐기 물질의 자연화 처리 기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5G 우주 통신 기술, 인공지능, 줄기세포와 인간 장기 재생기술, WEB 영화와 문화예술 콘텐츠 기술 등 중국 정치 지도자들은 지식경제를 창조할 이 같은 첨단 기술 개발 분야에 재벌의 자금과 기술 인력이 투입되도록 격려하고 있다.

미국은 남북전쟁 동안 유럽 무기 장사에 착취당하고, 서민경제는 고통 받는 처지였다. 가장 절실한 과제는 국가 경제의 재건이었다.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산업인 방위산업 육성과 재벌 민간기업의 기술 개발 혁신이었다. 따라서 링컨 대통령은 이를 뒷받침할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각주마다 이공계 전문 주립대학을 설립했다. 또한 재벌들을 이 방향으로 끌어들여 산업과 국방기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오늘날 우리의 고뇌도 기술 개발 개혁과 혁신으로 풀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금력과 기술 인력을 함께 가진 우리 재벌들을 띄어주면서 이 방향으로 유인하는 길이다.

유비가 재갈공명을 초려 삼고 해서 국가적 과업을 청원하는 것처럼 가령 우리 대통령 자신이 재벌 총수들을 직접 방문해서 첨단 기술 개발 과제들을 간곡히 청원한다면 민주 대통령의 품위와 권위를 떨어뜨리는 비민주적 처신이 될까?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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