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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인체 기능 활성화 물질 200여 종 체력·면역력·운동능력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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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모은 꽃가루 덩어리 비폴렌"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라는 말로 유명한 복싱계의 영웅 무하마드 알리. 그가 경기를 치를 당시 꾸준히 챙겨 먹었던 것이 있다. 바로 벌이 채집한 꽃가루 덩어리인 ‘비폴렌(bee pollen)’이다. 벌꽃가루 혹은 화분(花粉)으로 불리는 비폴렌은 꿀·로열젤리·프로폴리스 등과 함께 꿀벌이 만드는 천연 물질이다. 최근 새로운 수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인류 최초의 영양제’로도 불리는 비폴렌의 건강학적 효과를 조명한다.

기원전 7000년께부터 활용 흔적 #산소 공급, 모세혈관 강화 효능 #세포 보호하는 항산화 물질 많아

인류가 비폴렌에 주목한 것은 기원전 7000년께부터다. 당시 스페인 동굴벽화에서 비폴렌을 먹었던 흔적이 발견됐다. 고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도 비폴렌을 의학적 치료에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유럽을 주름잡았던 바이킹족은 비폴렌으로 체력을 관리했고, 클레오파트라도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비폴렌을 애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인류 최초의 영양제로 불려

비폴렌은 영양학적 가치가 우수하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비폴렌은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비롯해 칼슘·마그네슘 등 생체 기능을 활성화하는 200여 종의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생리 활성 작용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비폴렌에는 산소 공급에 필수적인 철분이 다른 식품에 비해 단위 g당 두 배 이상 밀집돼 있다. 세포 증식에 필요한 엽산과 모세혈관을 강화하는 루틴이 풍부하다. 특히 벌꿀·로열젤리보다 비타민 함량이 높다. 비타민B군은 벌꿀의 최대 378배에 달한다.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지방산인 리놀렌산도 함유하고 있다. 어린 벌은 영양덩어리인 비폴렌을 모유처럼 먹으면서 성장한다. 비폴렌은 로열젤리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비폴렌의 풍부한 영양 성분은 체력·면역력을 키워주는 토대다. 만성질환·더위 등으로 영양 상태가 부실해진 노년층의 기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킨다. 노년층은 영양소가 결핍되면 근육이 빠르게 줄어들어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어렵다. 국제영양학회지(2014년)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양결핍 상태인 22개월 된 늙은 쥐에게 비폴렌 첨가식을 3주 동안 먹였더니 근육량이 1.2g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식을 섭취한 쥐의 근육량은 0.3g 늘어난 것에 그쳤다. 에너지 대사를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활성도도 개선됐다.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한몫한다. 무하마드 알리를 비롯해 올림픽에서 두 차례(1972·76년)나 우승한 핀란드의 육상 선수 라세 비렌 등 스포츠 스타들도 비폴렌이 체력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스포츠평의회에 따르면 비폴렌을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은 체력이 40~50% 증가했다.

항산화 효과도 뛰어나다. 비폴렌에는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피토스테롤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2013년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의 온라인 학술지(PLoS O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생후 6개월 된 물고기를 대상으로 농약 독성을 유도한 후 비폴렌을 섭취하게 했더니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복원이 빨라졌다.

하루 한 티스푼 섭취가 적당

세포 보호 효과도 있다. 암 환자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건강한 세포까지 동시에 손상된다. 2010년 유럽의약화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비폴렌은 빈크리스틴·미토마이신 등 일부 항암제에서 나오는 독성으로 세포 내 염색체가 손상되는 것을 막았다. 이외에도 비폴렌이 염증을 억제하고 혈관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비폴렌을 섭취할 때는 알레르기에 주의해야 한다. 고기동 교수는 “벌꿀이나 꽃가루에 민감한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36개월 이하 영유아도 비폴렌 섭취를 삼가야 한다. 비폴렌을 처음 먹을 때는 천천히 양을 늘린다. 하루 1회 1티스푼(5g) 정도면 비폴렌의 영양 효과를 얻는 데 충분하다. 체력을 키운다고 일부러 많이 섭취하면 구토·메스꺼움·복통·설사를 겪을 수 있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간편하게 생으로 바로 섭취하거나 따뜻한 물에 차처럼 우려 마신다. 우유나 요구르트·시리얼·스무디·샐러드에 곁들여 먹으면 풍미를 높일 수 있다.

비폴렌을 고를 때는 어디에서 생산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비폴렌은 채집된 곳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색·유효성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다채로운 꽃과 식물이 많이 자라 양질의 비폴렌 생산이 가능하다.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인지 점검하는 것도 좋다. 비폴렌은 자연 그대로 채취·건조해야 원재료가 변질·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비폴렌을 가공하면 영양 성분을 보호하는 껍질이 벗겨진다. 빛·열에 노출돼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 구입한 비폴렌은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서 보관한다. 장기 보관 시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봉해야 오랫동안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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