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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 "감염병 막는 '글로벌 빅데이터 방역망' G20 이후 힘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1만6693명이 격리되고 38명의 사망자를 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당시 보건 당국이 감염자 이동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자 KT가 아이디어를 냈다. 해외 입국자의 로밍 정보와 휴대전화·내비게이션에 탑재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활용해 감염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자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KT에 개인 통신데이터 이용을 허락했고, KT는 이를 활용한 감염병 예방 시스템을 개발해 보건 당국에 제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KT는 감염병에 대응하는 '빅데이터 방역망'을 해외로 확대하기로 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2년이 흐른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채택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자는 의제가 채택됐다.
윤종진 KT 전무는 "KT가 그동안 추진한 사업이 G20 정상회의 19대 의제 중 하나로 선택되는 쾌거를 이뤘다"며 "이는 한국 외교사로도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자평했다.

"로밍·GPS 정보로 감염자 추적…메르스 사태 후 국내선 도입" #"전 세계 이통사 동참하면 글로벌 방역망 생겨…KT, 제휴 추진중" #통신 기본료 폐지·단말기 완전자급제 등에는 "접점 찾아 봐야"

황창규 KT 회장. [사진 KT]

황창규 KT 회장. [사진 KT]

공동선언문 내용이 알려진 8일 서울 서초구 KT 우면연구센터에서 황창규 KT 회장을 만났다. 황 회장은 "국제사회의 감염병 확산 방지 노력이 G20 의제로 채택돼 KT의 관련 사업도 크게 추진력을 낼 수 있게 됐다"며 "개별 국가의 개인 정보 이용 동의가 필요한 이 사업은 국가 간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회의에서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73억 명의 전 세계 이동통신 이용자의 통신데이터를 분석하면 감염병 전파 경로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세계 800여 이동통신사가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KT가 개발한 감염병 방지를 위한 빅데이터 방역망 시스템. [사진 KT]

KT가 개발한 감염병 방지를 위한 빅데이터 방역망 시스템. [사진 KT]

메르스 사태를 겪은 한국은 이미 '빅데이터 방역망'이 구축돼 있다. 지난해 11월 KT가 감염병 경유지 파악 시스템을 구축해 질병관리본부에 납품했고 올해 4월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도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황 회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개인 정보 관련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통신데이터로 감염병 확산 경로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며 "국경을 이동하는 사람은 해외 로밍 정보로, 가축사료를 실은 차량은 내비게이션의 GPS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이통 3사만 나서서는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해외 이통사에 가입된 외국인이나 유심(USIM)을 해외에서 구입해 쓰다 온 국내 여행객이 입국했을 때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다. 국내 이통사와 해외 이통사 간 로밍 데이터 공유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이 사업은 해외 이통사와 데이터 공유 협약을 맺어야만 더욱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며 "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 등 감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부터 데이터 제휴 협약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T는 지난 5월 케냐 이통사 사파리콤과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올 3~4분기 중 아랍에미리트(UAE)·르완다·캄보디아의 이통사들과도 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황 회장은 빅데이터 방역망이 갖는 감염병 방지 효과와 함께 국가 경제적 이익도 특히 강조했다. 감염병으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적 손실은 연평균 600억 달러(약 69조원, 미래를 위한 세계 건강 위협 프레임워크 위원회 2016년 보고서). 빅데이터 방역망이 구축되면 이 정도 규모의 손실 중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 로밍 데이터로 사람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국제범죄조직 추적 등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황 회장은 올해 이후 KT의 경영 전략과 관련, "2014년 취임 이후 조직이 안정되고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는 국민기업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며 "눈앞의 짧은 미래보다 길게 보는 경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신 기본료 폐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등 새 정부가 구상하는 통신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소비자 등과) 잘 협의해 접점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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