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베를린 구상 후속조치 “남북 적십자회담 곧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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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7·6 베를린 구상’을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통일부, 추석 이산상봉 행사 추진 #조명균 장관 “북한, 즉각 호응을”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 여부도 현안 #남북한 통신선 재개통될지 주목

문 대통령은 전날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사실상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담긴 대화 재개 요청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재개 ▶북한의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오는 7월 27일 휴전협정 64주년에 맞춰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등 네 가지를 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문 대통령은 “올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10·4 정상 선언’ 10주년이자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10월 4일)이 겹친다”면서 “이날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한다면 의미 있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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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통일부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위해 조만간 북한에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7일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개원 18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은 머뭇거리지 말고 ‘신한반도 평화비전’ 제안에 즉각 호응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 평화비전’(베를린 구상)은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해 나가려는 구상”이라며 “남북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구성원들의 고통을 치유해 화합을 이뤄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문 대통령이 이미 (연설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제안했지만 회담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북한에 적십자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선 준비 기간이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된다. 오는 8월 말까지는 남북 간 행사 개최 여부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통일부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당장 준비가 어려우면 우리 측만이라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과 성묘를 허용하고 개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성 종업원을 송환하지 않을 경우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5년 10월 20번째 행사가 마지막이었다.

국방부에선 문 대통령의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제안과 관련해 후속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초 문 대통령의 쾨르버재단 연설 원고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구체적 사례로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4일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이후 독회(讀會)에서 해당 문구가 빠졌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수단은 여러 개”라며 “구체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고) 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최전방 지역에서 30여 대의 대북 확성기를 통해 뉴스와 날씨, 가요, 북한 소식 등을 방송하고 있다. 직선거리 기준으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최대 20㎞까지도 대북 방송이 들린다고 한다. 지난달 13일 중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탈북자들이 전하는 한국의 발전상을 듣고 (한국을) 동경하게 됐다”고 할 정도로 효과가 상당하다.

남북한 통신선 재개통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 북한은 남북 간 모든 통신 채널을 끊었다. 문 대변인은 “서해의 남북한 군 통신선은 연결돼 있다. 언제든지 저쪽에서 받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통신은 가능하다”고 했다.

이철재·김포그니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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