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다문 추미애 (천안=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충남·세종 민심경청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입을 굳게 다문 채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7.7.7 youngs@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이틀 연속 강펀치를 날렸다. 6일 ‘제보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머리 자르기’라고 한 데 이어 7일엔 “북풍 조작에 버금간다”고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국민의당은 “과거 보복 정치를 일삼은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우병우와 하나도 다를 것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당의 '국회 보이콧'에도 더 거세진 발언 #국민의당 "청와대가 협치 얘기하며 뒤로는 이중플레이 하나" #정세균, 원내대표 회동서 "추경안 예결위 회부하겠다"
추 대표의 ‘북풍 조작’ 발언은 이날 오전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다. 추 대표는 모두 발언 중 “대선 조작 게이트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잠시 숨을 내쉬었다. 이어 “네거티브 조작의 속성과 특징은 관련자가 직접 나서지 않고 방패막이를 먼저 세운다는 것”이라며 “조작이 아닌 진실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직접 나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시스템이 전격적으로 풀 가동돼 (조작한 증거를) 유포시켰기에 형사법상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전날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국회가 올스톱됐기에 “추 대표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으나 이를 뒤집는 초강경 발언이었다. 수위를 낮출 경우 자칫 조작 사건의 심각성이 희석되고, 국회 경색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추 대표가 밀어붙이기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추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대응은 원칙의 문제”라고 했다. 조작 사건이 당원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국민의당이 반성보단 자신의 발언만 문제 삼는 것은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통합 논의가 본격화될 것을 대비한 추 대표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4%로 역대 최저치였다. 반면 민주당은 50%였다. 민주당의 우상호 전 원내대표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작 사건이 마무리되면 (당 대 당) 통합이나 연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미 추 대표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던 국민의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선 “추 대표는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 전 원내대표의 통합 운운은 국민의당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란 성토가 이어졌다. “어쭙잖게 협조하며 갈팡질팡 하느니 강한 야당 하는 게 낫다”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결국 “추 대표의 발언은 상생과 협치의 근간을 허물어뜨리는 망언이자 ‘국민의당 죽이기’다. 납득할만한 조치가 있을 때까지 국회 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공식 결의문을 채택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청와대가 겉으론 협치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이중 플레이를 한다”고 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추 대표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추풍낙엽 꼴이 된 추경도 추 대표가 결자해지 해야한다"고 논평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국회의장 오찬 회동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서 여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와 회동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2017.7.7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오찬이 있었지만 분위기는 서먹했다. 사진 촬영을 할 때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손이라도 잡자”고 하자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손은 잡고 (얼굴은) 안 보겠다”며 창밖을 내다봤다.
◇추경안 예결위 상정=한편 정세균 의장은 이날 오후 추경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예결위는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정 의장은 4당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추경이 국회로 넘어온 지 한 달이나 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앞서 정 의장은 여야에 6일 오후 1시 30분까지 추경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 차원의 예비심사를 마쳐달라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추경안이 예결위에 상정돼도 실제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예결위원 50명 중 민주당 소속은 20명에 불과해 의결정족수(과반 출석-과반 찬성)에 한참 못 미쳐서다.
이런 가운데 송영무(국방부)·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문제도 변수다. 야3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이후 이들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더한 국회 파행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