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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여건 되면 언제든 김정은 만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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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담은 ‘7·6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6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나는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얼굴)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을 위한 논의를 하자”고 말했다.

베를린 구상 발표 “평화 돌파구 열어야, 북한 결단 기대” #“핵·평화협정 등 모든 관심사 논의” … 야당 “초현실적 발상”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은) 한 번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서야 발걸음을 뗄 수 있다. 북한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혀 왔지만 이번처럼 제안 형태로 정상회담을 언급하고, 핵 문제 및 평화협정 등의 의제까지 제시한 건 처음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 가야 한다. 먼저 쉬운 일부터 시작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면서 네 가지를 북한에 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 ▶북한의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오는 7월 27일 휴전협정 64주년에 맞춰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남북 간 대화 재개 등이었다. 김정은과의 만남에 관한 언급은 남북 간 대화 재개 제안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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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문 대통령은 “추석 성묘 방문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북한이 당장 준비가 어려우면 우리 측만이라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과 성묘를 허용하고 개방하겠다”고 했다.

4대 제안에 앞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로는 ‘평화’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둘째는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며 “북한이 핵 도발을 전면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양자·다자대화에 나서야 가능한 일”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셋째는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이었다. 문 대통령은 “종전(終戰)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했다.

넷째는 남북 철도 연결과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을 포함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다섯째가 민간 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문답 과정에서 “내가 말한 것은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이고 평소부터 해왔던 주장”이라며 ‘7·6 베를린 구상’이 공식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아니란 취지의 언급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제안에 야권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의 국제사회 기류를 전혀 읽지 못한 초현실적 발상”(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 대통령, 7·6 베를린 구상 4대 제안

● 10월 4일 추석 성묘 등 이산가족 상봉 재개
● 북한의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 한반도 평화 위한 남북 간 대화 재개

베를린=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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