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4일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당시 한국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빈센트 사령관이 미 국방부에서 열리는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출국했다”며 “공무를 마친 뒤 바로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다음 주 중 귀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브룩스 사령관이 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미 본토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연합사와 주한미군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대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위원장이 화성-14형 발사 명령서에 사인을 한 게 3일이었다”며 “브룩스 사령관이 미사일 발사 계획을 모른 상태에서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의 한·미연합사령부 지휘권은 임시로 임호영 부사령관이 맡았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 5일 이순진 합참의장과 함께 낸 공동성명에서 “자제(self restraint)는 선택에 따른 것으로, 정전 체제와 전쟁을 구분 짓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의 국가지도자들이 명령을 내린다면 그 선택(자제)을 바꿀 수 있다”며 북한에 경고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한반도에서 긴장이 높아지자 같은 달 하순에 잡힌 미 의회 청문회 출석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대신 서면을 통해 북한의 동향과 한·미 연합군의 대응태세를 보고했다. 2013년 3월 당시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 사령관도 “한반도 긴장 상황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지 못한 적이 있다.
브룩스 사령관은 버지니아주 북부 지역에 있는 사저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초의 흑인 주한미군 사령관인 브룩스는 군인 가문 출신이다. 아버지 리오 브룩스 시니어는 예비역 육군 소장이며, 한 살 위의 형인 리오 브룩스 주니어도 미 예비역 육군 준장이다. 지난해 11월 한미동맹 친선협회로부터 ‘박유종’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얻었다. 지난달에는 주한미군전우회의 ‘1호 회원’이 됐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