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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카타르 단교사태 악화일로 치닫나…아랍 4국, 최후통첩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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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일 쿠웨이트의 바얀 왕궁에서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왼쪽에서 세번째)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친서를 읽고있다. 친서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단교 4개국의 요구안에 대한 카타르의 입장이 담겼다. 쿠웨이트는 이번 단교사태에서 중재역을 맡았다. [AFP=연합뉴스]

3일 쿠웨이트의 바얀 왕궁에서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왼쪽에서 세번째)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친서를 읽고있다. 친서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단교 4개국의 요구안에 대한 카타르의 입장이 담겼다. 쿠웨이트는 이번 단교사태에서 중재역을 맡았다. [AFP=연합뉴스]

“카타르는 전혀 진지하지 않다.”

사우디ㆍ바레인ㆍ이집트ㆍUAE #"카타르 상황 심각성 몰라" #카타르는 LNG 생산량 30% 늘려 #단교 사태 장기화 대비 태세 돌입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ㆍ바레인ㆍ이집트ㆍ아랍에미리트(UAE) 4개국 외무장관이 이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4개국이 제시한 ‘외교 관계 복원 13개 조건’에 대한 카타르의 입장을 전달받은 뒤 나온 단교국들의 첫 반응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4개국 외무장관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한 조건에 대해) 카타르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답했다”며 “(카타르가) 작금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4개국이 카타르를 비판함에 따라 중동 패권 경쟁의 정점에서 촉발된 카타르 단교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 언론을 비롯한 다수의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이날 4개국 외무장관의 회동에 앞서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이 “(4개국의 13개 조건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비현실적”이라고 재차 비판하면서다.
그는 “(요구안은) 거부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했다. ^알자지라 방송 폐쇄 ^이란과의 관계 대폭 축소 ^터키와의 군사협력 중단 등이 포함된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로 들린다. 모하마드 장관은 이란과의 우호 관계 단절에 대해서도 “우리는 가스전을 공유하는 이란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며 일축했다.

단교국들이 당초 지난 2일 자정으로 제시했던 시한을 48시간 연장하며 압박했지만, 카타르의 입장엔 극적인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4개국이 카타르의 최종 입장을 “수용 불가”로 결론지었다면 이들 단교국들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로이터통신은 “단교국들이 카타르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걸프협력회의(GCC)에서 방출해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단교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 페르롤륨은 4일 5~7년에 걸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을 30% 늘린다고 발표했다.
LNG는 카타르가 전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국부(國富)의 원천이다. 증산 선언은 “단교사태에 굴하지 않고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선언이다.
실제 카타르 내에선 단교로 인한 심각한 피해는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단교국인 UAE에도 여전히 LNG를 공급 중이고, 유일한 육로인 사우디와의 국경이 봉쇄되면서 생필품 공급엔 어려움이 있지만 자금력을 앞세워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늘길이 막혀 우회 운항 중인 카타르항공은 매일 화물기 8편을 증편해 과일ㆍ채소ㆍ육류를 도하로 실어나르고 있다. 카타르 정부 관계자는 “자금은 댈 수 있다. 돈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불안 요인이다.
5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카타르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단교 사태 이후 카타르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이 약 150억달러(약 1조 7000억원) 줄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5일 사우디ㆍ바레인ㆍ이집트ㆍUAE 등은 카타르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급진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며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와의 육로 통행과 항공ㆍ선박 왕래를 중단했고, 카타르 항공사의 자국 영공 통과도 불허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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