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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에도 대화협상 반복한 중국 입장...왜?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선언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드러난 중국의 입장은 초강경 조치를 예고한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각국에 냉정과 자제를 호소하며 여전히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것은 ICBM 발사에도 불구하고 기존 입장과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음을 뜻한다. 중국은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해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의 입장은 4일밤(베이징 시간) 발표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러 공동성명'에 가장 명확하게 드러났다. 양국 외교부 공동 명의로 발표한 이 성명은 모스크바에서 이뤄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시간적으로 볼 때 북한의 ICBM 성공 선언 이후에 나온 것인만큼 6개항 문서 가운데 제1항을 "북한 미사일 발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엄중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모스크바 크레믈린궁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모스크바 크레믈린궁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그 뒷부분이다. 양국이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방안을 마련했다며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및 한·미 대규모 연합 훈련 중단→ 협상 개시 → 무력불사용, 불침략, 평화공존을 포함한 총체적 원칙 확정→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 일괄 타결의 순서다. 일괄 타결 속엔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전보장체제를 구축하고 최종적으로는 관련국(북·미) 국교정상화를 실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부터 제기해 온 ‘쌍중단'  및 '투트랙 병행론'에 러시아의 단계적 구상을 보태 가다듬은 방안이다. 쌍중단은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을 말한다. 투트랙 병행론은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제안이다. 중·러 정상 회담 이전부터 마련돼 있던 공동선언 초안이 ICBM 선언 이후에도 기본 얼개를 유지한 채 발표됐다는 건 이번 북한의 도발이 중국의 기본 입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실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의 현실성이란 측면에서 ICBM 이전과 이후는 천양지차지만 중국의 인식은 다르다. 중국은 과거 여러차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에도 핵실험 때보다는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어느 나라든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가 있지만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한된다"는 정도의 어정쩡한 반응을 보인 적도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군사적 수단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할 때에는 제재 이행 뿐 아니라 대화·협상을 주장하는 의미도 들어있다"며 "안보리 결의안에는 협상 추진 조항도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그렇다고 이번 ICBM 시험발사가 중국에게 결코 아무런 일이 아닐 순 없다. 우선 국제사회의 중국역할론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게 큰 부담이다. 이번 ICBM 선언이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 명분에 힘을 보태주는 것 또한 중국을 괴롭히는 부분이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무장 완성의 시간이 점차 다가올 수록 중국의 전략적 선택의 폭은 줄어들게 된다.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행동 패턴을 예상하기 힘든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중국으로서도 용인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화·협상을 통한 해결이란 원칙론과 대북 압박을 위한 행동이 시급하다는 현실적 요구 사이의 갈등이 중국을 더욱 옭죌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실적으로는 안보리에서 제기될 대북 제재 강화론에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마침 7월은 중국이 안보리 순회의장국을 맡은 달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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