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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 1000만원 ‘해마’ 제주서 첫 양식 … 중국식탁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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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첫 해마 양식장을 연 노섬 해천마 대표가 해마 치어를 건져내고 있다. [최충일 기]자

국내 첫 해마 양식장을 연 노섬 해천마 대표가 해마 치어를 건져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중국에서 ㎏당(건조 기준) 최고 1000만원에 거래되는 ‘해마(海馬)’가 제주에서 대량 양식된다. 해마는 머리는 말, 꼬리는 원숭이를 닮은 희귀 바다생물이다.

종묘 연 180만 마리 등 생산 가능 #중국선 예부터 비싼 약용으로 쓰여 #연 최대 2억5000만 마리 소비하나 #동남아 해역 어업 금지에 공급 부족 #중국 고급 해마시장에 수출 추진

제주도는 4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해마 양식장을 국내 최초로 완공했다”고 밝혔다. 양식장 신축에는 국비와 도비 등 4억85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양식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해마 종묘 180만 마리와 건제품 1.8t이다.

해마는 큰 가시고기목 실고깃과 어류로 2004년부터 불법 포획이 금지됐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무역거래에 관한 국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최상품은 중국에서 1㎏(건조 기준)에 1000만원씩 거래된다. 건조시킨 10g짜리 최상품 한 마리가 10만원을 호가하니 1g당 1만원에 팔리는 셈이다. 보통 상품도 1㎏에 150만~300만원을 호가한다. 최고급 횟감인 다금바리가 1㎏에 20만원 선인 것과 비교하면 최대 50배나 비싸다.

중국에서 600여 년 전부터 약용으로 써온 해마는 본토에서는 흔하지 않아 주로 해외에서 건조된 상태로 들여왔다고 한다. 수프나 탕에 넣어 먹거나 갈아서 차로 우려내 마시기도 했다.

제주에서 양식을 해서 말린 20㎝급 대형 빅벨리 해마. [최충일 기자]

제주에서 양식을 해서 말린 20㎝급 대형 빅벨리 해마. [최충일 기자]

반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관상용으로 키워져왔다.

중국에서 소비되는 해마는 대부분 자연산이었다. 소비량은 연 1억5000~2억5000만 마리에 달한다.

하지만 불법 포획이 금지되면서 공급이 매년 1억여 마리가 부족해졌다. 해마가 잘 잡히던 동남아시아 인근 해역엔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어업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동 속도가 느려 한 번 발견되면 남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조한 해마 중 작은 것은 말린 멸치, 큰 것은 말린 북어 맛이 난다. 생해마는 식감이나 향이 ‘미더덕’이나 ‘오만둥이’와 비슷하다.

『동의보감』에는 해마가 성호르몬 분비를 활발하게 하고 신장 기능을 강화시킨다고 적혀 있다. 중국 한방에선 천식은 물론 항노화·항혈전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비 등을 지원받아 양식장을 운영하는 노섬(75) 해천마 대표는 2007년 해마 연구를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해마 양식연구에 착수해 노하우를 쌓아왔다. 제주 청정해수를 끌어들여 질병을 예방하고 대량생산의 걸림돌이던 생먹이를 냉동먹이로 대체하는 데도 성공했다.

해마는 특이하게 암컷이 아닌 수컷이 캥거루처럼 배에 있는 포낭에서 알을 부화시킨 뒤 새끼를 키워 방사한다. 알도 수만 개 이상 낳는 다른 어종과 달리 100~500개만 낳는다.

노 대표는 중국의 고급 해마시장을 노리고 있다. 일반 해마가 10㎝ 정도라면 제주도에서 양식 중인 해마는 최대 35㎝까지 자라는 ‘빅벨리 해마(Bigbelly seahorse)’다. 노 대표는 이 해마를 23㎝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 다 자란 빅벨리 해마를 찬바람에 건조하면 10g가량의 최상품이 된다.

노 대표는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 양식장 20여 곳의 생산량과 맞먹는 세계 최대 규모여서 연간 54억원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전 세계의 약제용 해마시장 규모는 약 7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도내 어업인들에게 양식 기술을 보급하는 한편 차와 건강보조식품·화장품 등 새로운 분야에 적용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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