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년째 ‘베트남 유학생 축구대회’ 여는 대전 중소기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 1일 오전 충남대학교 종합운동장.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축구경기가 한창이었다. 경기의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대학생들이다. 전국 베트남 유학생 5000여명 가운데 750여명이 모였다. 축구 경기에는 성균관대·충남대·전남대·울산대 등 전국 8개 대학이 참가했다.

아이씨푸드 박균익 대표 #베트남서 일본해 표기한 지도 보고 #‘유학생들 친한파로 만들겠다’ 결심 #1박2일 캠핑비용 등 9000만원 후원

베트남 유학생 축구대회는 올해로 9회째다. 대전지역 중견 기업인 ㈜아이씨푸드 박균익(60·사진) 대표가 마련했다. 주로 천연 조미료를 만드는 이 회사는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2008년 사업차 베트남에 갔다가 묵었던 호텔 로비에 걸린 세계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봤다. 그는 “베트남 지도라도 동해로 쓰도록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5000명 이상의 베트남 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유학생 가운데 80% 이상이 석·박사 과정이다. 박 대표는 “많은 베트남 학생이 유학 오지만 돌아가면 상당수가 한국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는다”며 “이는 이들을 따뜻하게 대하지 않는 한국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지도층이 될 유학생들을 친한파로 만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처음에 충남대 등 대전·충청권 대학 중심으로 유학생 축구대회를 개최하다 점차 규모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축구대회는 매년 한차례 개최한다. 베트남 유학생들은 1박2일 동안 축구경기도 하고 캠프파이어·장기자랑을 하며 즐겁게 지냈다. 박 대표는 여기에 필요한 경비 9000만원 전액을 지원했다. 숙박비와 음식값 등이다.

성균관대 유학생으로 축구 경기를 한 누엔 쭈안 록은 “축구대회는 잘 몰랐던 베트남 유학생끼리 친분을 쌓고 한국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하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과거 한국에서 유학했다가 베트남으로 돌아가 대학교수·기업인·연구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인사 10여명도 참가했다. 베트남에서 식품회사를 경영하는 누엔 반 짠은 “축구대회는 한·베트남 우호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