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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선거 참패는 '아베식 코드 인사'가 부른 참사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도모다치(친구) 내각이 10년전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

친구와 측근 위주의 폐쇄적 국정운영 #임기 4년반 넘어서며 부작용 곪아터져 #측근들 사고 잇따르는 건 10년전 데자뷔

도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쏟아지는 진단이다.
일부 측근들을 우대하는 아베의 국정운영 방식이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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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은 "당초 8월이후로 예정됐던 개각과 자민당 지도부 인사를 앞당겨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려는 아베 총리의 가장 큰 고민은 칼을 대야 할 인사들 대부분이 그와 정치적 고락을 함께 해 온 측근들이란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선거전 막판 큰 논란을 일으킨 3인방이 대표적이다. “방위성,자위대,방위상으로서도 (지지를)부탁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자위대의 정치적 이용'논란을 일으킨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방위상은 경질 1순위로 꼽힌다.

아베 신조 총리와 이번 개각에서 경질 1순위로 꼽히는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아사히 신문 홈페이지 캡쳐]

아베 신조 총리와 이번 개각에서 경질 1순위로 꼽히는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아사히 신문 홈페이지 캡쳐]

또 선거 참패의 결정적 요인이던 사학재단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특혜 신설 논란과 관련, 아베 총리와 함께 연루 의혹을 받고있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장관,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도 교체 대상이다. 시모무라는 사학재단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하기우다는 수의학부 신설 과정에서 담당부처인 문부과학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경질 범위를 넓히면 아소 다로(麻生太郎)재무상이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 등 아베총리의 동업자급 인사들의 교체설까지 나온다.

사학재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오른쪽)이 2013년 5월 블로그에 올린 사진. 왼쪽이 아베 총리, 가운데가  아베 총리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사학재단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 이사장이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사학재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오른쪽)이 2013년 5월 블로그에 올린 사진. 왼쪽이 아베 총리, 가운데가 아베 총리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사학재단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 이사장이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하기우라 부장관과 시모무라 간사장대행, 이나다 방위상에 대해 일본언론들은 ‘아베의 생각을 잘아는 피붙이’라는 표현을 쓴다. 지난해 8월 방위상으로 기용된 이나다는 2005년 정계 입문 자체가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아베 총리의 권유가 큰 영향을 미쳤다.이후 꾸준히 정치적으로 아베 총리옆에 서왔고 아베는 이나다를 “보수파의 스타”라고 대접했다.
 행정개혁 담당상이었던 지난 2014년은 물론, 현직 방위상 신분인 2016년말에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하며 아베와 코드를 맞춰왔다.
하기우다는 2012년 이후 줄곧 아베 주변에서 자민당 부간사장,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 관방부장관겸 인사국장을 지내며 험한 일을 도맡아왔다.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간사장 대행[중앙포토]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간사장 대행[중앙포토]

시모무라는 2007년 1차 아베 내각에서 관방부장관을 지냈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국가가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사실은 없으며 일부 부모들이 딸을 팔았던 것으로 본다”는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아베가 재집권에 성공한 뒤 2012년~2015년 3년간 문부과학상을 지내며 교육 분야에서 ‘아베 색채’를 퍼뜨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일본 관가에선 “파벌 내부 학습을 통해 정치색을 공유하며,실력대신 의리를 앞세우는 '도모다치 내각’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고 분석한다. 일부 측근그룹이 정보를 독식하는 폐쇄적인 국정운영, 아베식 코드인사의 문제점이 4년반동안 곪을대로 곪아 터졌다는 것이다.

 당장 야당에서도 “도모다치(친구)를 우대하는 내각 대신 투명성 있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민진당 야마이 가즈노리 국회대책위원장)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위기는 '10년전 아베'의 데자뷔다. 2006년 9월부터 1년간의 단명에 그친 아베 1차 내각을 무너뜨린 것도 측근들의 잇따른 실언과 비리 의혹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당시의 교훈을 잊은 듯 재집권 이후 조각이나 개각 역시 과거와 비슷한 인사 패턴을 이어왔다. 특히 2014년 9월 개각때는 전체 19명 각료들 중 15명을 ‘일본 극우의 대본영’으로 불리는 ‘일본회의’회원들로 채워넣는 등 이념적으로도 편향된 인선을 했다.

 아베 총리가 측근 인사들을 어느 정도 내칠지는 미지수다. 그는 4일자 마이니치 신문 인터뷰에선 “폭넓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겠다”,“ “인재 발탁과 동시에 정치의 안정도 중요하다” 등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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