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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아기, 영국 법원 "호흡기 떼라" vs 트럼프 "돕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런던의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찰리 가드. [AP=연합뉴스, 찰리 가드 부모 제공]

런던의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찰리 가드. [AP=연합뉴스, 찰리 가드 부모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은 영국 아기 돕기에 나섰다. 희귀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생후 10개월 찰리 가드 이야기다. 찰리는 영국 법원에 이어 유럽인권재판소(ECHR)에서까지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하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 찰리의 사연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전세계적인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 연명치료에 관한 미국과 영국의 상이한 법과 제도, 문화도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희귀병 아기 찰리 가드 #영국 법원과 유럽인권재판소는 연명중단 판결 #교황과 트럼프는 연명 원하는 부모 손 들어줘

찰리는 전 세계에서 16명만 앓고 있는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아왔다. 찰리의 부모는 '찰리의 싸움(charlie's filght)' 홈페이지에서 미국에서 실험적인 치료를 받겠다는 사연을 올리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무려 130만 파운드(약 19억원)를 모금했다. 8만3000여 명이 기부에 동참했다. 하지만 영국 병원은 뇌 손상으로 회복 불가능하다며 호흡기를 떼자고 했다. 부모가 거부하자 병원은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심 법원 역시 연명치료는 찰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며 병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영국인 수백 명이 버킹엄궁 밖에 모여 '찰리 가드를 살려라'며 시위에 나서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교황청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찰리의 부모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찰리의 마지막 순간까지 옆에서 보살피고 싶어하는 부모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의 메시지가 나온 다음 날인 3일 트위터에서 "영국에 있는 우리 친구들과 교황에 힘입어 우리가 조그마한 찰리 가드를 도울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는 어떤 식으로 찰리를 도우려는 것일까.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헬렌 아기레 페레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가슴이 찢어지는 상황"에 있는 가족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관료가 영국 정부와 접촉해 찰리의 부모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페레는 "대통령은 도움이 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찰리의 가족과 직접 통화한 건 아니며 "어떤 식으로든 그들(찰리 가족)에게 압력을 주는 건"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페레 대변인은 또한 "법적 문제"를 이유로 치료를 제공할 미국 병원과 의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번주 독일에서 열리는 G20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만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의 트윗에 대한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WP는 아서 카플란 교수(뉴욕대 란곤 메디컬 센터, 생명윤리)의 말을 인용해 찰리가 미국의 병원에 있었더라면, 그의 부모는 아이의 생명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더 잘 수용하는 의사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플란 교수는 "우리(미국인)가 사람의 생명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데에는 강렬한 종교적 요소가 있다"면서 "문화의 일부이며 우리는 기술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찰리의 신생아 시절. 찰리의 부모는 연명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법정 투쟁을 벌였으나 지난달 27일 최종심에서 패소했다. [AP=연합뉴스, 찰리 가드 부모 제공]

찰리의 신생아 시절. 찰리의 부모는 연명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법정 투쟁을 벌였으나 지난달 27일 최종심에서 패소했다. [AP=연합뉴스, 찰리 가드 부모 제공]

미국에서는 텍사스주만 의료진이 법적으로 보호자의 연명치료 연장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가령 2013년 뇌사 상태에 빠진 10대가 지금까지도 뉴저지의 한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은 영국과는 달리 가망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도 무엇이든지 해보려 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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