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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캐나다 대미 FTA 재협상 문제 비슷 … 문 대통령, 트럼프의 요구 받아들인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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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문재인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견줄 만한 자유주의 성향의 국가 원수입니다. 캐나다처럼 ‘중간국(中間國)’으로 외교 난국을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이브스 티베르기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정치학과 교수(48·사진)의 진단이다. 캐나다 대학 중 유일한 아시아연구소 소장인 그는 한국·중국·일본 정치에 밝아 캐나다 정부에 자문을 해왔다. 최근 제주포럼 참석차 방한한 티베르기엔 교수는 본지와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비롯, 한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티베르기엔 캐나다 UBC 교수

지난 1일 마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는 “양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한과 대화를 계속 열어놓기로 한 것은 문 대통령이 이룬 최고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군사적 협력이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미 공동성명에 ‘공정 무역(balanced trade)’이 명시된 점과 관련해 그는 “‘한·미FTA 재협상’이란 단어가 적혀있는 건 아니지만 문 대통령은 사실상 미국의 무역 적자에 따른 협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티베르기엔 교수는 한국과 캐나다가 비슷한 국면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트뤼도 총리의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기후변화 대응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무역 재협상 문제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지요.” 그는 “문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국제적 협력을 유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다자주의 협력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강대국과 약소국을 중재하면서 국제사회 입지를 굳힐 것을 제안했다. 세계 20개국 정상 모임인 G20 개최 등을 한국의 모범적 중재 사례로 꼽았다. 그는 “캐나다도 무력 충돌을 자제하는 대신, 여러 분쟁국을 중재하는 식으로 평화 유지를 주창했다”고 말했다.

티베르기엔 교수는 최근 임명된 강경화 외교부장관에 대해 받은 인상도 전했다. 강 장관은 UN 재직 때인 지난해 여름 UBC에 들린 적이 있다고 한다. 티베르기엔 교수는 “새로운 사고 방식에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강 장관을 평했다.

2002년 미국 스탠포드대를 졸업한 뒤 UBC 교수로 부임한 티베르기엔 교수는 아내와 슬하에 두 딸(18·15)을 두고 있다. 메밀전병·복분자 등 한국 전통음식의 애호가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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