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원, 가짜뉴스 테러조장 게시물 방치 소셜미디어에 최대 650억원 벌금 법안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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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나 테러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방치하는 소셜미디어 기업에 최고 5000만 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 독일 의회에서 통과됐다. 일명 ‘페이스북 법'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페이스북ㆍ트위터ㆍ유튜브 등의 콘텐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 하원

독일 하원

 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독일 하원은 소셜미디어가 폭력이나 테러를 선동하는 내용이나 명예훼손 등 명백한 불법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24시간 이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지난달 30일 통과시켰다. 벌금은 최초 500만 유로에서 시작해 5000만 유로까지 높아질 수 있다.

명백한 불법 콘텐츠 인지 후 24시간 이내 삭제해야 #법무장관 "경험 상 거대 기업 정치적 압력 없인 의무 안 지켜" #페이스북측 "중요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진전 없을 것" 반발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콘텐츠가 게시된 지 일주일 내에 불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불법 여부가 애매한 콘텐츠는 업계가 자율규제 단체를 만들어 처리하도록 했다. 독일의 경우 나치 찬양 등도 불법에 속한다.

해당 법안은 독일 정부가 지난 3월 초안을 발표한 이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낳았다.

 페이스북은 법안 통과 이후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와 시민사회, 산업계가 공동 대응할 때 최적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해당 법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진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을 주도한 헤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법안 통과 이후 인터뷰에서 “경험 상 정치적 압력이 없이는 거대 플랫폼 운영 기업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기 때문에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날카롭고 추악한 표현들도 포함하지만, 형법이 시작되는 곳에서 이런 자유는 끝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측이 업계 자율 규제 정책을 취하고 있음에도 독일이 강수를 둔 것은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맺은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등은 지난 2015년 가짜 뉴스나 폭력ㆍ테러 조장 게시물 등을 24시간 이내에 자율적으로 없애기로 독일 정부와 합의했다. 하지만 올초 독일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트위터가 올초 신고된 증오 발언 영상 중 1%만 삭제하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독일 수사 당국이 잠재 위험 콘텐츠 작성자 수십 명의 집을 수색하는 일이 빚어졌다.

 유해 콘텐츠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걸러내고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페이스북 법 통과에 따라 추가 인력 고용이 불가피하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일각에선 법안의 부작용도 우려한다. 브뤼셀에서 디지털 권리보장 단체를 이끌고 있는 마리안트 헤르난데즈는 “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법을 충족시킬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민간 회사에 예측 불가능한 온라인 검열권을 주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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