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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엄마표 도시락 맛있어요"…'급식 파업'에 타는 엄마 속도 모르는 아이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급식만 먹다가)엄마가 직접 싸준 도시락 먹으니까 맛있어요! 친구들하고 나눠 먹었어요!"

30일 대구서도 일부 학교 급식 중단 사태 #부모들 "맞벌이 학부모는 어떻게 하라고" #일부에선 파업 지지 목소리…"이해한다" #교육공무직노조, 근속수당 인상 등 요구

대구 수성구 시지초등학교 1학년 양가민(7)양은 들뜬 표정이었다. 30일 교육공무직 파업으로 급식조리원들이 일손을 놓으면서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싸온 것이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가민양은 엄마가 싸준 베이컨말이를 먹으며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서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급식조리원과 영양사 등 학교 내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에 동참했다. 이날 점심시간 대구 시지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친구와 나눠 먹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지역 급식조리원과 영양사 등 학교 내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에 동참했다. 이날 점심시간 대구 시지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친구와 나눠 먹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날 시지초는 유난히 왁자지껄했다. 급식실에서 매일 다른 학우들과 같은 메뉴의 급식만 먹다가 교실에서 각양각색의 음식들이 어우러진 도시락을 먹어서다. 정민성(11)양은 "저는 볶음밥을 가져 오고 친구는 유부초밥을 가져 왔는데 서로 나눠 먹었다"고 전했다. 후식으로 자두를 가져 온 학생도 있었다. 한 학급에선 담임교사의 아이디어로 학생들이 저마다 재료를 가져와 주먹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속사정은 달랐다. 이날 점심에 맞춰 자녀에게 줄 도시락을 싸들고 온 학부모 조모(50·여)씨는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억지로 시간을 내서 도시락을 들고 왔다"며 "급식조리원들이 왜 파업을 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볼모로 세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씨는 "만약 부모가 맞벌이 부부라면 아이가 굶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대구지역 급식조리원과 영양사 등 학교 내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에 동참했다. 이날 점심시간 대구시지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이 "맛있어요"라고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 2017.06.30

대구지역 급식조리원과 영양사 등 학교 내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에 동참했다. 이날 점심시간 대구시지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이 "맛있어요"라고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 2017.06.30

3학년 아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어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왔다는 한 여성은 "이 시간에 원래 운동을 가는데 취소하고 도시락을 만들어 왔다"며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일 같은데 굳이 파업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급식조리원들이 왜 파업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윤모(39·여)씨는 "파업이라는 행위 자체가 불편함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것 아니냐"며 "학부모는 하루 도시락을 싸는 불편함이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임금의 일부만 받는 근로자들의 부당한 처우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에서 급식이 이뤄지지 않은 학교는 시지초를 비롯해 모두 49개교였다. 지난 29일부터 전국적으로 교육공무직 종사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다. 대구는 상경 투쟁을 위해 30일 하루 동안 파업에 나섰다. 교육공무직은 각 학교 급식실과 교무실·행정실·도서관 등 교육 지원 업무 분야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을 말한다. 대구에는 6800여 명이 이에 해당한다.

대구지역 급식조리원과 영양사 등 학교 내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에 동참했다. 이날 점심 대구 시지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정에서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지역 급식조리원과 영양사 등 학교 내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에 동참했다. 이날 점심 대구 시지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정에서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에 따르면 30일 하루 동안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426명이다. 이 중 299명이 급식조리원으로 가장 많다. 이들은 파업 후 서울역에서 열리는 '전국교육공무직 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급식조리원 파업으로 급식을 하지 못한 학교는 대구에서 49개교(초등학교 20개, 중학교 21개, 고등학교 8개)다. 전국적으로는 1만1518개 공립 초·중·고교 중 1929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급식실 운영이 중단되면서 각 학교는 가정에서 도시락을 싸오게 하거나 빵·음료수로 점심을 대체했다. 대부분이 도시락을 싸오도록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파업이 금요일 하루 동안으로 짧은 데다 며칠 전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급식 대란'이 일어나거나 단축 수업을 하진 않았다"면서도 "만약 파업이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면 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공무직 종사자들이 파업을 하게 된 이유는 임금 때문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무기계약직의 근속수당을 현행 2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 중 전일제로 일하는 인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이병수 대구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조직국장은 "교육공무직들은 방학 중에 근무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연봉을 월로 나누면 150만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는다. 정규직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임금을 개선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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