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놓고 이미 엄청난 잉크 쏟아져” 정면 충돌 피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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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양국 장관은 이 회담에서 오는 30일 열리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 등에 대해 종합 점검을 했다. [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당국이 갈등 노출 최소화, 동맹 강화 강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익명을 전제로 “이번 회담은 튼튼한 동맹을 강조하고 두 정상 간 인간적 관계를 맺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확인했다. 양국 실무진은 정상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도 사실상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는 것이 공동성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양국 실무진이 밝힌 정상회담 방향 #두 정상, 튼튼한 동맹 강조에 무게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기여 인정 #무역수지 개선과 경협 강화 논의 #직설화법 트럼프 스타일이 변수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뇌관으로 간주됐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정면 충돌을 피하는 모양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8일(현지시간) “사드를 놓고 엄청난 잉크가 쏟아졌다”며 “두 정상 중 누구도 이 문제를 토론의 중심 대목으로 다루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드를 놓고 이미 많은 얘기가 나왔고 입장이 발표된 만큼 두 정상이 사드를 거론하더라도 정색을 하고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조건이 옳으면 관여하고 조건에 맞아 대화로 나서도 압박은 계속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법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라며 양국 간 공통점을 주장했다. 한·미 관계의 또 다른 불씨였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선 이례적으로 한국의 기여를 치켜세웠다. 이 관계자는 “이미 부담할 몫을 재논의하기로 하는 메커니즘이 있고 그 메커니즘이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은 여러 면에서 모범적인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7%를 방위 예산으로 쓰고 있다”며 “한국은 자국 내 미군 주둔을 위해 상당한(enormous) 돈을 쓰고 있으며 캠프 험프리(평택 미군기지) 비용에 한국이 92%를 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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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은 사드와 대북 정책 등 동맹의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는 대신 양국 간 무역 수지 개선과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미국 내 고용 확대 노력을 중점 설명한다. 이처럼 수면 위에선 한·미 공조의 모양새를 만들고 있지만 회담이 기대한 대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스타일’이라는 숨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도중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핵을 막기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직설 화법의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만찬과 30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어떤 카드를 꺼낼지가 예측 불허다.

한·미 양국이 수면 아래에서도 빛 샐 틈 없는 공조 체제를 다질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속내는 양국 정부의 교집합을 부각했던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브리핑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 땅을 밟은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그간 잠잠했던 대북 군사 공격 시나리오를 다시 언급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신미국안보센터(CNAS) 주최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을 포함하는 모든 옵션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알렸다. 군사 옵션의 의미에 대해선 “인질이 된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누구도 취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해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 공격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CNN은 “대북 군사 옵션이 최근 갱신됐다”며 “북한이 핵이나 탄도미사일 시험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 옵션이 보고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맥매스터, 대북 군사 공격 시나리오 또 언급

대북 정책을 놓고도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처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대화에 나섰던 과거 사례를 트럼프 정부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insanity)”이라고 일축했다. 바깥으로 드러나는 모습뿐 아니라 물밑에서 한·미 양국 정부가 얼마나 공감대를 넓히느냐가 정상회담의 숨은 과제인 셈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