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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개 학교 ‘급식 파업’ … 아이들 짜장면 먹고, 빵으로 때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전국 학교 내 계약직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29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연합뉴스]

전국 학교 내 계약직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29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연합뉴스]

급식조리원 등 학교 내 계약직 종사자 1만4991명이 29일 파업해 전국 공립 초·중·고교 6곳 중 한 곳에서 학교 급식이 제공되지 않았다. 이들 학교는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준비하도록 미리 안내하거나 급식 대신 빵·우유 등을 제공해 학생들이 점심을 굶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학교 내 종사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0일까지 파업한다.

급식조리원 등 학교 계약직 파업 첫날 #도시락 싸게 된 엄마들 불만 토로 #1149개 학교 빵·피자 등 대체급식 #159개 학교는 단축수업, 점심 전 귀가 #일부 학부모 “처우 개선 파업 이해”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소속돼 파업에 참여한 종사자들이 있는 학교는 전국 1만1518개 공립 초·중·고교 중 3294곳(28.6%)이었으며, 1929곳(16.7%)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시·도별로 세종이 87.5%(112곳 중 98곳)로 급식 중단 학교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광주(44.5%), 강원(40.7%), 부산(30.1%) 순이었다. 파업 참가자들은 ▶무기계약직의 근속수당을 현행 월 2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하고 ▶기간제 근로자 중 전일제로 일하는 인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급식이 중단된 이들 학교 중 515곳은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가져오도록 사전 통보했다. 다른 1149곳은 빵·피자·우유·과일 등을 학생에게 대신 나눠줬다. 또 다른 159곳은 학교 수업을 단축하고, 106곳은 현장학습 등을 하는 방법으로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게끔 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서울 강서구의 S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빵과 요거트·주스·우유 등을 제공했다. 이 학교 측은 “학부모 불편을 덜기 위해 학교에서 대체급식을 준비했다. 사전에 이를 안내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별다른 혼란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부 학교에선 점심시간을 앞두고 교문 앞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서울 서초구의 A초등학교 앞에선 2학년 학생 엄마 양모(33)씨가 쉬는 시간 아이를 불러 도시락이 든 연두색 가방을 건넸다. 이 학교는 조리사·조리원 등 급식실 종사자 8명 중 3명이 파업에 참가해 이날 급식이 나오지 않았다.

양씨는 “둘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도 급식 을 안 해 도시락을 두 개 쌌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근로자분들의 처지가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아이들 급식만큼은 중단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학교의 학교보안관 최모(62)씨는 “아침에 아이 편에 도시락을 들려보내지 못한 학부모 4명이 도시락을 맡기고 갔다. 6년간 학교보안관으로 일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G중학교는 이날 수업을 단축해 점심 직전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우리 부부는 맞벌이여서 아이에게 점심값을 주고 사먹게 했다. 학교에서 급식을 중단하면 우리 같은 맞벌이 부모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급식 대신 빵과 우유를 점심으로 제공한 서울 동작구 D중 학부모 이모(43)씨는 “불편함이 있겠지만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파업한 근로자에겐 불가피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의 학부모는 자기 블로그에 도시락 사진을 올리고 “정당한 대우를 못 받고 차별받는 근로자들의 뜻은 제대로 전달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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