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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4년반만에 홍콩 찾는 시진핑의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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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홍콩 방문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일단의 청년들이 컨벤션센터 앞 광장의 홍콩 주권 반환 상징물을 점거한 채 민주화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예영준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홍콩 방문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일단의 청년들이 컨벤션센터 앞 광장의 홍콩 주권 반환 상징물을 점거한 채 민주화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예영준 특파원

빅토리아만 해변에 자리 잡은 홍콩 컨벤션센터 앞 진쯔징(金紫荊) 광장. 1997년 7월 1일 0시를 기해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내리고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게양한 홍콩 주권반환식이 열렸던 곳이다. 당시의 국기게양대가 그대로 서있고 주권반환을 기념하는 황금빛 꽃모양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홍콩 반환 20년, 특파원 현지 르포 3신 #중국몽 되새기며 홍콩과 중국의 일체감 고취할 듯

28일 오후6시쯤 일단의 청년들이 모여들더니 높이 5m가 넘는 이 조형물을 점거했다. 청년들은 "류샤오보를 무조건 석방하라" "홍콩 시민은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쳤다. 삽시간에 광장 주변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내지(내지·중국본토)에선 못보던 일"이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홍콩 방문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기습 시위였다.당황한 경찰은 인파를 광장 밖으로 밀어내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 진압 태세에 들어갔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에서 렁충잉(오른쪽)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과 캐리 람(왼쪽) 차기 행정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홍콩 반환 20주년 성과전’을 관람하고 있다. 지난 3월 선거에서 당선된 캐리 람 차기 행정장관은 친중파로 알려져 있으며, 다음달 1일 취임한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에서 렁충잉(오른쪽)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과 캐리 람(왼쪽) 차기 행정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홍콩 반환 20주년 성과전’을 관람하고 있다. 지난 3월 선거에서 당선된 캐리 람 차기 행정장관은 친중파로 알려져 있으며, 다음달 1일 취임한다. [신화=연합뉴스]

 앞서 홍콩 당국은 7월1일 이 곳에서 열릴 홍콩 '회귀' 20주년 기념식을 위해 연단과 의자를 설치하는 등 막바지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중국은 1997년 홍콩이 되돌아왔다는 의미에서 '회귀'라 부른다. 집권 4년 7개월여만에 홍콩을 처음 찾는 시 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28일 행사장 주변에선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소 못 보던 경찰차가 진을 치고 바다 위로는 경찰 쾌속정이 해상순찰을 돌았다. 컨벤션 센터와 연결된 호텔 2곳은 1300개의 객실을 모두 비우고 일반 손님이 일절 투숙하지 못하게 했다. 시 주석 일행이 이 곳에 묵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철통 경계도 청년들의 기습 시위를 막지 못한 것이다.

 홍콩의 중국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시 주석 홍콩 방문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계획중이다. 급진 독립주의 세력인 홍콩민족당은 30일 '홍콩함락 20주년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중국으로의 주권 이양을 홍콩의 '함락'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와 별도의 온건파 민주화 운동 단체들은 1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와 행진을 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홍콩 당국은 경찰 총인원 3만명 가운데 1만1000명을 투입해 불법 시위를 차단할 계획이다.

2013년 집권과 동시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시 주석에게 홍콩 반환 20년이 갖는 의미는 크다. 그는 국내외에서의 중요 연설 때마다 "근대화에 뒤처져 서구열강에 영토마저 떼줘야 했던 고난을 극복한 중국의 꿈(중국몽)"을 강조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1842년 아편전쟁 이후 세차례에 걸쳐 영국에 할양했던 홍콩을 되찾은 것이야말로 시주석이 말하는 중국부흥의 시발점이다. 시 주석은 홍콩 방문길에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통한 홍콩의 자치는 보장하되 홍콩 독립 등 '분열'을 주장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설 것이란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연장 55㎞의 강주아오 대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홍콩 신화사=연합뉴스]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연장 55㎞의 강주아오 대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홍콩 신화사=연합뉴스]

 시 주석의 동선에도 이런 메시지가 담겨있다. 시 주석은 30일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부대를 사열할 계획이다. 홍콩 회귀와 군을 연결짓는 이런 움직임은 홍콩인들에게 홍콩과 중국의 일체감과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영국 식민지의 기억을 털어내고 홍콩이 온전한 중국의 일부분이 됐다는 메시지를 세계 각국에 전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7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홍콩에 입항하는 것도 이런 메시지의 일환이다.
 시주석은 1일엔 홍콩과 중국 광둥성의 주하이(珠海)를 거쳐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 건설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길이 55㎞로 세계 최장의 해상대교인 이 다리가 올 연말 개통되면 자동차로 3시간 걸리던 홍콩~주하이가 20분대(30㎞)로 단축된고 광둥성 주장 일대 전지역이 1시간권 이내로 연결된다. 홍콩·마카오와 광둥성 9개 도시를 인구 6000만명, GDP 1조3000억달러 규모의 단일경제권으로 만드는 '빅 베이 에리어' 구상도 그만큼 탄력을 받게 된다.

7월 1일 홍콩 반환 20주년에 맞춰 홍콩 민주화 단체가 시위를 예고한 현수막이 홍콩 완차이 간선도로에 걸려 있다. 홍콩=예영준 특파원

7월 1일 홍콩 반환 20주년에 맞춰 홍콩 민주화 단체가 시위를 예고한 현수막이 홍콩 완차이 간선도로에 걸려 있다. 홍콩=예영준 특파원

시 주석 집권 기간 홍콩은 베이징 당국에겐 크고 작은 골칫거리를 안겨왔다. 2014년 50만명 이상의 학생·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홍콩 중심가 도로를 점거하고 정부청사를 봉쇄한 우산혁명이 대표적 사건이다. 이후 홍콩에선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이 출현해 입법회(의회)에 진출하는 등의 과거에 없던 현상들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집권 1기 후반부에 홍콩을 찾는 시 주석이 홍콩의 장래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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