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상청 재해 예보 부실 "예보관 17%가 無경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 8월 7일 부산과 경남 마산 등지에서는 오전 8시쯤부터 시간당 5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그러나 아무런 예고 없이 이날 오전 8시 호우주의보를 내렸던 기상청은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한 오후 1시에 호우경보로 변경했다.

기상청은 올 장마가 지난달 25일 끝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달들어 장대비가 계속 쏟아졌다.

이에 앞서 기상청은 1998년 여름 지리산 야영객 9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게릴라성 집중 폭우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 40분이 지나서야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너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감사원이 지난해 말 기상청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기상특보를 발표할 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호우경보를 발령해야 하는 데도 주의보로 발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상예보 분야에 근무한 경력이 없는 직원들을 예보관으로 보임하는 등 재해.재난 관리체계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20일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의원에게 제출한 '자연재해 대비 등의 업무에 관한 특별감사 결과자료'에서 밝혀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의 특별지시로 기상청을 상대로 재해.재난체계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상예보관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4개월에 불과했으며 1년 이하인 경우도 전체의 33.9%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예보관으로 보직한 인사들을 분석한 결과 예보분야의 근무경력이 없는 데도 예보관으로 보임된 경우가 17.3%나 됐으며 예보에 전문지식이 없는 전송직과 사무직원이 보임된 경우도 있었다.

또 기상특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난해 대관령(1월)과 고산(11월).군산(10월)지역에선 최대 평균 풍속과 최대 순간 풍속이 모두 폭풍주의보 또는 폭풍경보 발표기준을 넘었는 데도 특보가 아예 발령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1일부터 10월 31일 사이 부산지방기상청 등 3개 지방기상청에서 발표한 호우특보 59건 중 16건은 경보대상인데도 주의보로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위성관측 영상자료 수신안테나의 정기 정렬작업을 실시하지 않아 미국 NOAA 위성 15호의 경우 지난해 매달 1백30회의 수신을 시도해 이중 40회가 관측되지 않는 등 관리 부실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백령도 기상레이더와 기상청 사이에 위성통신망을 구축하지 않고 마이크로웨이브 통신망만 구축해 해상 운무 등으로 지난해 모두 12차례에 걸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제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관악산.부산.군산.제주 등 4개 기상레이더기지의 경우 구형 장비로 고도각(레이더 빔을 쏘는 각도) 자료를 최대 8개밖에 생성할 수 없어 구름의 강수여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은 "일부 내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등 시정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예보 정확도는 84% 정도로 미국이 87%인 것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승희.권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