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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도 ‘마크롱 효과’ … 높이 나는 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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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 궁에서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환담하고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 궁에서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환담하고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넓고 천장 높은 방 3개, 19세기풍 외관, 파리 금융가 인근의 안전하고 조용한 동네.’

세제 개혁 기대에 자산가들 유턴 #시세 1㎡당 1120만원 5년 새 최고 #메이에 실망 … 런던은 엑소더스

이 홍보문구가 붙은 프랑스 파리의 고급 아파트는 2년째 매매가 없었다. 그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당선된 직후 290만 유로(약 36억8000만원)에 팔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이 아파트 매매 소식을 전하면서 “프랑스 경제가 ‘마크롱 효과’에 힘입어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억지스러운 주장이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까지 압승을 거두자 오랜 기간 프랑스를 괴롭혀온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마크롱 효과’라는 것이 FT의 진단이다.

특히 마크롱이 내세운 규제 완화와 ‘강한 유럽’ 건설이 유럽인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FT는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집권 때도 경기회복 기대감이 있었으나, 고소득자 부과세 정책이 발표돼 프랑스 부자들이 영국, 스위스, 벨기에로 많이 떠났다”며 “그런데 마크롱 대통령의 과세 개혁 공약에 ‘유턴’하는 프랑스 국적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 효과는 5년만에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파리 부동산 가격이 말해준다. 부동산 정보업체 샹브르 드 노테르에 따르면, 파리 부동산 평균 시세는 다음 달 1㎡당 8800유로(약 1120만원)를 넘을 전망이다. 이전까지 파리 아파트 최고가는 2012년의 1㎡당 8462유로(약 1070만원)였다. 전반적으로 파리 부동산 시세는 1년 전보다 5.5% 올랐고, 최근 석달 간 1만 건 넘게 거래됐다고 FT는 전했다.

파리 부동산중개업자 샤를 마리 조트라스는 “괜찮은 아파트는 순식간에 10~15명씩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 며칠 만에 팔린다”며 “모두 마크롱 효과라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자는 “파리 부동산 활황엔 마크롱 효과뿐 아니라 프랑스의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3박자가 맞물린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프랑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2%~1.65%로 역사상 최저치다.

파리는 일찌감치 브렉시트의 수혜도시가 될 것으로 지목돼왔다. 그런데 최근 정치 상황이 파리를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한 반면 도버 해협 건너편 영국에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총선 실패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의 수도 런던은 파리와 대조적으로 울상이다. 런던에 유럽총괄본부를 두고 있는 골드만삭스·UBS·HSBC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당장 업무와 인력을 파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으로 재배치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해외 투자자들도 런던 엑소더스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인 지난해 2분기만해도 런던 부동산 구매자의 28%가 유럽인이었는데, 올 1분기엔 그 비중이 8%로 뚝 떨어졌다.

FT는 “지난해 시작된 외국인들의 파리 유입이 올 들어 한층 강해지고 있다”며 “영국·이탈리아 자산가들이 파리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부동산중개업자 조트라스는 “파리가 어느새 세계 부동산 투자자들의 ‘에덴동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독보적 위상이었던 런던의 자리를 파리가 대체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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