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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정상회담 직전 터져나온 미 의회의 사드 강공 촉구 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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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 인사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 지연에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대북 정책은 한국 정부가 강조하는 '대화'보다는 '제재'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못박고 나섰다.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 [코리 가드너 의원 홈페이지 캡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 [코리 가드너 의원 홈페이지 캡처]

형식은 트럼프에 대한 '촉구'이지만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 측을 견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등 18명 "신속 처리 모색하라" #"한미 무력시위 연습 계속해야" "대북 제재에 긴밀히 협력해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회의 코리 가드너 위원장(공화)을 비롯한 상원의원 18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 유지 및 강화, 그리고 북한과 같은 공통의 적에 대처하기 위해 효과적인 공동조치를 취할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편지를 쓴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25일 가드너 위원장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23일자로 트럼프에 보낸 서한에서 "당신(트럼프)과 문 대통령은 사드의 완전한 배치를 저해하고 있는 절차적 검토 작업(procedural review)을 신속히 처리할(expedite)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의 "환경영향평가에는 1~2년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에 '사드배치 저해(hindering)'란 표현을 쓰며 불만을 표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론 한국 주장을 '현실적 상황'으로 인식하며 '신속 처리'란 요구를 내놓은 점이 주목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한국의 환경영향 평가에 대해 수용은 하되 그 기간을 최대한 앞당겨 늦어도 연내까지는 마칠 수 있도록 하라는 촉구의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방한한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왼쪽)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면담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 국방부]

지난달 29일 방한한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왼쪽)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면담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 국방부]

상원의원 18명은 또 "우리는 당신이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결정은 동맹의 결정이며, 또 이것은 한국의 이웃들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으면서 (주한)미군과 수백만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란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말하길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들어 한국 정부와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사드 배치 반대 여론에 대해 미 의회에 폭넓게 퍼져있는 "한국의 방어를 위해, 미국의 돈을 들여, 한국 정부(박근혜 정부)와의 합의에 입각해 사드를 배치하려 하는 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강한 불만이 서한에 반영됐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또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최근 사견을 전제하긴 했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명확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가드너 의원 등은 "(한·미)양국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지속해서 전방위 방어능력을 전개하고, 무력시위 연습을 해야만 한다(must continue)"고 밝혔다.

이번 공개서한 작성을 주도한 가드너 의원은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했지만 만나지 못한 채 귀국했다. 따라서 최근 일련의 '홀대 논란'이 이번 서한 작성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서한에는 로버트 메넨데스(민주) 전 상원 외교위원장(2013.2~2015.1)을 비롯,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에 나섰던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의원도 동참했다.
특히 이번 서한은 22일 여야 상원의원 19명이 문 대통령의 방미를 환영하는 결의안을 발의한 직후(23일)에 이뤄져 모양새가 다소 이상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의회 지도부 인사들과도 폭넓게 의견교환을 나눌 예정이어서 어떤 대화가 오갈 지 주목된다.
다만 가드너 의원 등은 "우리는 당신이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의 기업과 다른 경제 분야에 대한 중국의 전례없는 경제적, 정치적 보복조치를 미국이 규탄한다는 점을 확언(assure)해 주길 바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피로 맺어진 혈맹인'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한편 보다 강경한 대북 제재 필요성을 한국과 공유할 것을 촉구했다. 가드너 의원 등은 "우리는 당신이 문 대통령에게 '미국은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혹은 북한의 행동에 대응해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란 점을 다시 한 번 말하길 바란다"며 "미국의 새 대북정책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은 한국과의 전적인 협력 및 일치 하에서만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밖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상호 완전하고 공정한 이행을 포함해 굳건한 양국 간의 경제 어젠다를 진전시키는 동시에 미국의 기업과 수출업자,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될 새로운 무역기회를 모색하길 요청한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힘을 실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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