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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근혜 재판서 또 증언 거부…'증언 거부' 전략 유리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삼성 전직 고위 임원들이 증언을 전면 거부했다.

최지성·장충기·황성수 등 전직 삼성전자 임원 #19일 박상진 전 사장에 이어 증언거부 고수 #"죄송합니다" "증언 거부합니다" 되풀이 #증언 거부 전략 두고 법조계선 의견 갈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26일 열린 박 전 대통령 등의 재판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증인으로 나왔다.

첫 순서로 나온 황 전 전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시한 첫 번째 질문부터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최서원씨 등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냐”고 물었지만 10여 초 간 정적만 흘렀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왼쪽부터)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세 사람 모두 증언을 거부하면서 증인신문이 무산됐다. [연합뉴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왼쪽부터)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세 사람 모두 증언을 거부하면서증인신문이 무산됐다. [연합뉴스]

이에 특검팀이 “사실대로 말하든지, 증언 거부권 행사 여부와 본인에게 형사상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등을 석명하라”고 요구하자 황 전 전무는 “모든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황 전 전무는 이어 ‘진정성립’ 절차 역시 거부했다. 진정성립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작성된 문서 등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뜻한다. 특검팀은 “조사를 받은 뒤 직접 열람하고 서명한 것이 맞냐”고 물었지만 그는 “죄송하다. 거부하겠다”고만 답했다.

특검팀은 “본인의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기로 동의한 조서인데 추가적으로 불리해질 게 없다”며 “진정성립은 증언 거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잠시 고민한 뒤 “증언 거부 대상이 되는지는 증인이 직접 소명할 의무가 있다. 다만 증인이 법률전문가가 아니어서 어려울 것 같다”며 법정 밖에 대기하고 있던 삼성 측 법률 대리인을 불렀다. 법정에 선 박시영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진정성립도) 증언 거부권 규정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서면으로 소명하겠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외에도 “정유라씨가 독일에서 탔던 말 라우싱1233을 국내에 반입했다는 취지로 재판에서 주장한 사실이 있냐” “라우싱을 반입한 사실은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 아니냐”고 질문을 이어갔지만 황 전 전무는 “죄송합니다” “증언을 거부합니다”는 답변만 했다.

결국 재판부는 박 전 사장 때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질문은 생략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최지성 전 실장, 장충기 전 차장 역시 같은 입장임을 확인하고 증인신문을 연기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증인들의 법률대리인이 제출할 증언거부사유 소명서를 받아 보고 증언 거부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겠다”며 “증언 거부 대상이 아닐 경우 지정한 기일에 다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이같은 ‘증언 거부’ 전략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자기 방어를 위한 진술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누구든 자기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염려될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삼성 사건의 피고인인 이들이 위증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증언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특히 삼성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로부터 강요를 받아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최씨의 변호인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는 증인신문은 피해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삼성 사건의 재판부가 다른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한 것을 두고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보진 않겠지만, 피고인들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줬다’는 유리한 양형 요인을 포기한 게 되기 때문에 증언 거부 전략이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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