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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여성·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이 주는 억압, 뱃지로 만들었죠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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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밋 행사장에 걸린 현수막.

페밋 행사장에 걸린 현수막.

지난 5월 13~14일, 서울 마포구의 탈영역우정국에서 ‘함께, 오래도록, 재미있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이 열렸다. 페밋은 페미니즘에서 따온 말인데, ‘페미니즘’이란 여성인권 신장과 성차별 철폐를 중심으로 하는 이론과 행동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즘 페스티벌인 ‘페밋’에서는 이틀에 걸쳐 각종 체험과 전시, 페미니즘 굿즈 판매, 페미니즘 강의 및 공연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오래도록,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축제였던 셈이다. 부스 전시에 참여한 페미니즘 단체 중, 보은여고 동아리 ‘소수자들’의 부장인 김하린 학생을 만나 인터뷰했다.

보은여고 `소수자들`의 동아리 부장 김하린 학생.

보은여고 `소수자들`의 동아리 부장 김하린 학생.

-‘소수자들’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소수자들은 보은여고에서 활동하는 소수자 인권 동아리예요. 동아리에서는 주로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 유색인종 등에 대한 인권운동을 합니다. 캠페인이나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래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이러한 문제를 알리는 일도 하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오늘 페밋에 참여하게 됐나요.
"저희 동아리 부원 중 정보를 담당하는 친구가 이 행사가 열린다는 걸 찾아왔어요. 그래서 행사에 참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해서 부스 신청을 했고, 합격이 되어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페밋에 참여한 ’소수자들’의 부스 현장 사진.

페밋에 참여한 ’소수자들’의 부스 현장 사진.

-’페밋’에 참가한 청소년으로서, 여성이자 청소년이라는 소수자(약자성)가 중첩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을 때, 내용이 심할수록 그만큼 몇 배 기분이 안 좋아요. 반박하는 일도 소수자에겐 쉽지 않아요. 소위 다른 사람에게 '찍히는' 일도 있으니까요. 소수성이 중첩될수록 발언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또 어렵게 문제를 제기해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경우 저 또한 포기하거나 무시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이라 학업과 부스 준비를 병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준비 과정 중 특별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일단 준비 기간이 무척 짧았어요. 부스 준비를 행사 전날에 겨우 끝낼 정도였으니까요. 뱃지 배송부터 실 팔찌 제작, 그리고 아이싱할 쿠키도 어제 마무리했죠. 쿠키를 구우며 이런 일도 있었어요. 동아리 부원끼리 도움반 교실을 빌려서 실 팔찌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밖은 어둡고 교실에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으니까 과자에 벌레가 꼬이더라고요. 그래서 교실 불을 껐어요. 그런데 막상 불을 끄니까 어둡고 무서워서 부원끼리 손을 잡고 일을 했어요. 그 때 부원 중 하나가 실 팔찌를 만들고 있다가, 피부에 실이 닿았는데 벌레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난리가 난 거죠(웃음). 다른 부원이 벌레가 아닐 거라고 해서 그 친구가 확인하려고 한 바퀴를 돌았어요."

페밋에서 판매한 스티커와 빵과 장미 뱃지, 소녀다움의 교복 뱃지.

페밋에서 판매한 스티커와 빵과 장미 뱃지, 소녀다움의 교복 뱃지.

-판매한 굿즈 중 뱃지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뱃지는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만든 건가요.
"저희가 판매하는 건 ‘거울 속 페미니즘’ 뱃지와 '소녀다움의 교복' 뱃지예요. 거울 속 페미니즘 뱃지는 페미니즘의 상징이기도 한 빵과 장미를 사용해 만들었죠. 빵은 노동권, 장미는 여성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의미해요. 부원의 디자인으로 주문 제작 했고요. ‘소녀다움의 교복’ 뱃지는 학교 교복과 비슷하게 디자인했어요. 학교에서 많이 보고 들은 ‘소녀다움’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만들게 됐죠. 여성이자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이 주는 억압을 상징하려 했어요."

-부스 운영비 마련을 위해 텀블벅 후원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텀블벅 후원 목표액의 234%를 달성했다고요. 소감이 어떤가요.
"뱃지와 스티커, 엽서 등으로 리워드를 제공하는 식의 후원을 받았어요. 목표를 낮게 잡고 시작한 일이라 상상도 못했어요. 고민을 많이 했고, 목표 금액도 내리고 내려 책정했거든요. 200%를 달성해야 안정적인 부스 운영이 가능했기에 홍보글을 많이 올렸어요. 그러다 보니 목표 금액을 훨씬 넘어서 정말 좋았어요. 부원 친구들과 손 잡고 뛰기도 했죠."

'페밋' 행사 참여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목표금액의 200% 이상 초과달성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진=텀블벅 캡처]

-’소수자들’ 활동을 통해 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부원이라 해도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았어요. 부원은 물론이고 주위에 인권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많았죠. 친구들과 함께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주위 친구들도 자신과 주변에 대해 더 잘 알게 돼 좋았어요. 교실 내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혐오 발언 등도 많이 줄었고요."

-’페밋’ 이후 동아리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속적으로 신입생과 다른 친구들에게 우리가 다루는 문제를 알리고 싶어요. 또 오늘 행사 외에도 다양한 다른 행사를 통해 홍보를 하고 부원들끼리 추억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소수자들’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인권운동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소수자들’ 같은 경우는 학교 자율동아리일 뿐이고, 부장인 저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희는 마음 맞는 친구끼리 뜻이 있는 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죠. 그래서 가끔은 굿즈를 팔고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렇게 나서서 활동해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해요. 이번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에도 그랬고요.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의문을 가지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도 했으니 다른 분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 혹은 하고 싶은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멈추지 말자’ 입니다. 계속해서 주변의 잘못된 인식을 반박해 나가면서 잘못된 것을 바꿔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잘못을 직시하고 바꾸려는 시도를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각자의 활동을 계속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같은 행사에서 마주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만나, 활동도 함께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네요."

페밋 행사장의 벽 장식.

페밋 행사장의 벽 장식.

많은 청소년 인권단체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소수자들의 편에 서겠다는 자신들의 뜻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 한 편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멈추지 말자.'

그들 모두에게 ‘소수자들’의 메세지는 강력한 연대이자 위로가 아닐까. 연대를 강조한 ‘페밋’의 캐치프레이즈와도 잘 어울린다. 바로 ‘함께, 오래도록, 재미있게'다. 소수자들의 행보가 앞으로도 멈추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소수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글=안호경·연제은·오수연(일산 대진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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