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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성공 노사관계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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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제 본격적인 주5일 근무 시대가 열리게 됐다.

1998년 2월 노사정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다루기로 합의한 뒤 꼭 5년6개월 만에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점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계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도산하거나 근무 분위기 이완으로 생산성이 하락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의 재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효과와 의미=무엇보다 고용 창출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근로시간이 주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됐던 89~91년에 비춰볼 때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6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고용률도 5.2%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3차산업에서 일자리가 부쩍 늘어나 청년층 실업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내수를 자극해 경제 활성화에도 일부 도움을 줄 전망이다. 문화와 레저.운송업 등 내수산업의 성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휴일수 증가가 잠재성장률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늘어난 휴일을 직업능력 개발 등에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도 수두룩=기업 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곧 인건비 증가를 뜻한다. 이를 제품 단가에 반영하면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 그렇다고 그대로 감수하면 채산성이 악화된다. 이래저래 경영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또 근로자들의 여가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힘든 일이나 초과 근무를 기피하는 풍조도 나오기 쉽다. 이 경우 인력 운영과 관련된 노사 간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재계는 주5일 근무제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한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데 따라 근무 분위기가 이완되면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를 메우기 위한 비정규직의 고용이 늘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기업들이 고임금을 피해 해외 이전에 나설 것이므로 총 고용량은 감소한다는 논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노동 의존도가 높고 투자 여력이 없는 상당수 영세 기업은 주5일 근무로 인해 경영 자체가 곤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공의 열쇠는 노사관계=주5일 근무제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노사관계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사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노력에 더 매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노사 협의를 통해 토.일요일을 연휴로 하는 획일적 형태보다 법정기준을 준수하면서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탄력적 근무형태를 채택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개인 성과와 급여 간의 연동을 보다 강화하고 인센티브 체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고 작업조직을 개편하는 등 인건비 증가를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입장이다.

노조도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생산성 범위 내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투쟁 체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바꿀지 주목된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연구위원은 "상생의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범사회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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