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37건→2016년 3209건. 2013년 처음 도입된 ‘성년후견인’ 제도의 신청 건수다. 성년후견인은 질병이나 노령 등으로 합리적 의사 결정이 어려운 성인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최근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가운데 신격호(95) 총괄회장에 대해 법원이 ‘한정후견’을 결정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율촌 공익기구 ‘온율’ 소순무 이사장 #전담 변호사 2명…10여 명 후견 맡아 #봉사모임 꾸려 청소년 가장 돕기도
법무법인 율촌의 공익사단법인인 ‘온율’은 이 성년후견인 제도가 제대로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순무 온율 이사장은 “한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가족 해체 현상은 심화되고 있어 후견인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연고 치매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돌봄이 꼭 필요한 분들에 대한 ‘공공후견제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법률 문제는 소외된 계층일수록 접근하기가 어려워 그만큼 법조계의 공공후견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온율의 판단이다. 소 이사장은 “가정법원에 후견 담당 법관이 세 명밖에 없을 정도로 성년후견인 제도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후견 업무 교육 등을 확대해 다양한 인력 풀을 구성,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노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온율은 그동안 10여 건의 성년후견 사건의 후견인으로 선임돼 의사 결정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의 삶을 지원하고 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성년후견인 제도를 더 효율성 있는 제도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맹주한 율촌 변호사는 “피후견인의 재산 때문에 계속 접촉하려 하는 친족이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후견인 제도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임을 절감했다. 피후견인의 복지를 위해 이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미력하나마 손을 더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법 제1조 1항을 바탕 삼아 2014년 3월 설립된 온율은 성년후견인 제도 지원 외에도 공익활동 관련 법제도 연구 및 지원, 글로벌 사회공헌, 법률 소외계층 지원, 청소년 멘토링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율만 전담하고 있는 율촌 변호사가 두 명이고 율촌의 한국 변호사 245명 중 198명이 지난해 공익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2001년 구성된 율촌 내 봉사모임 ‘밀알’은 꾸준히 장애인·소년소녀가장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방문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지체 장애인 공동체 ‘은혜동산’에 매월 경제적 지원도 하고 있다.
지난해 온율의 제2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소 이사장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다른 전문직과 구분되는 징표로 ‘공익적 성격’을 꼽았다. 소 이사장은 “공익활동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받은 전화가 ‘로펌도 무료 변론을 하나요?’였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로펌’은 여전히 ‘돈 많이 받고 힘 있는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곳’으로 인식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법조계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과 법률문화 향상을 위해 변호사들이 공익활동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