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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태엽 한 번 감으면 10일간 째깍째깍

중앙일보

입력

흔히 시계를 남자들의 장난감이라고 한다. 단지 몇 시 몇 분을 알리는 정확성만이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 ‘무슨 기능이 있느냐’를 배우고 따져 보는 남자가 유독 많아서다. 디자인만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인 이유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리스가 선보이는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캘리버 111’도 첫 눈에 가치를 판단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 제품군 중 하나인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컬렉션’에 자체 개발한 ‘캘리버 111 무브먼트’를 장착한 것으로, 2015년 출시된 이후 2016년 국내에도 수입됐다. 신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글=이도은 기자 dangang@joongang.co.kr, 사진=오리스

오리스의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캘리버 111’

오리스의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캘리버 111’.

오리스의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캘리버 111’.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캘리버 111’을 간단히 설명하면.
“스위스에서 제작한 기계식 시계(손으로 직접 태엽을 감아 동력을 만드는 시계)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무브먼트(동력 장치)를 지닌 제품이다. 기계식 시계에서 동력을 저장하는 장치를 배럴(barrel·태엽통)이라고 하는데, 보통 7일 이상의 파워 리저브(일정시간 얼마나 오래 시계가 작동하는지를 뜻함)가 있는 기계식 손목시계는 배럴이 2개다. 하지만 이 제품에 장착한 무브먼트 캘리버 111은 배럴이 한 개이면서도 10일의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또 남아 있는 동력을 일자로 표시한다. 2014년 오리스가 110주년을 기념해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 ‘캘리버 110’부터 이러한 ‘1배럴 10일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췄는데, 이듬해 데이트 인디케이터(날짜창)를 추가해 캘리버 111을 선보였다.”

-한 개의 배럴이라는 게 기능상 어떤 장점인가.
기능상의 장점이라기보다 배럴이 한 개라 무브먼트가 상대적으로 작고, 이에 따라 완성품 디자인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또 추가 기능을 넣을 공간이 생긴다. 실제로 2016년 출시한 캘리버 112는 세컨드 타임존(추가 시간대 표시), 2017년 출시한 113은 포인터 위크(비즈니스 위크를 표시하는 기능, 1주~52주차) 기능이 더해졌다.

-또다른 장점이 있나.
물론이다. ‘비선형 파워 리저브 표시계(non-linear power reserve indicator)’인데, 비선형이란 남아 있는 동력을 표시하는 일별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는 의미다. 10일부터 0일까지 표시되는 간격이 하루 24시간 지났다고 딱 10분의 1만큼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실제 동력이 남은만큼만 표시한다. 그러기에 사용하는 고객은 더 정확하게 시각적으로 남은 동력을 확인하게 된다. 다른 무브먼트들의 파워 리저브 표시계는 간격이 일정하다. 오리스는 이걸로 스위스연방 지적재산권 기구의 특허를 받았다.

기계식 시계는 태엽이 감겼다 풀리는 힘을 이용한다. 사진은 일정한 간격으로 동력이 풀리도록 고안된 밸런스 스프링을 삽입하는 모습.

기계식 시계는 태엽이 감겼다 풀리는 힘을 이용한다. 사진은 일정한 간격으로 동력이 풀리도록 고안된 밸런스 스프링을 삽입하는 모습.

-제품명인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컬렉션’은 오리스에서 어떤 라인인가.
오리스 시계는 크게 4개 제품군으로 구성하고 있다. 컬처·다이빙·항공·모터스포츠다. 빅크라운 컬렉션은 ‘항공 월드’에 속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에 손목시계를 납품하면서 항공사들이 장갑을 낀 상태에서 시계작동을 할 수 있도록 크라운을 크게 만들게 됐고, 여기에서 ‘빅크라운’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그러한 빅크라운의 DNA를 지니면서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의 디자인을 접목시킨 제품이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최고의 하이라이트 제품이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캘리버 111’이다.

-조종사 시계는 어떤 특징이 있나.
동전 가장자리처럼 디자인한 베젤(유리를 고정시키는 케이스 가장자리)은 항공기 제트 엔진의 터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또 아까 설명한 비선형 파워 리저브 표시계 역시 항공기 연료계를 본떠 디자인했다. 조종사 시계는 문자판이 중요하다. 이 시계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내부는 반사가 없도록 처리해서 눈부심 현상을 최소화했고, 문자판 아라비아 숫자나 시·분침도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특수형광물질로 처리했다.

-다이얼 크기는.
44㎜다.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 크기를 고려할 때 가장 대중적인 사이즈라고 할 수 있다. 또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사용해서 시계 내부, 특히 무브먼트의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오리스의 캘리버 111 무브먼트. 배럴 하나로 10일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오리스의 캘리버 111 무브먼트. 배럴하나로 10일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스트랩 소재는.
루이지애나 악어 가죽이다. 이 가죽은 소가죽보다 질기면서 그 질감이 고급스럽다. 이 제품의 경우 악어 가죽 외에도 면직 스트랩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제품도 따로 있고, 각각의 다른 두 개의 스트랩은 따로 살 수도 있다.


-각각 국내 출시 가격은 얼마인가.
루이지애나 악어 가죽 스트랩 제품은 650만원, 면직 스트랩 제품은 620만원,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제품은 640만원이다(부가세 포함). 각각의 스트랩을 별도로 살 땐 악어 가죽이 65만원, 텍스타일 스트랩이 27만5000원,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41만원이다.

-굳이 오토매틱이 아닌 핸드와인딩(손으로 태엽을 감는) 기계식 시계를 고르는 이유가 뭘까.
기계식 시계 중에서도 손목 움직임으로 동력이 생기는 오토매틱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비생물체를 생물체처럼 여길 수 있다. 애완동물에 밥을 주는 것처럼 동력을 주고 관리하면서 사용자가 물건에 대해 애착이 생기는 독특한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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