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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우선 들여다보겠다는 'MCM'…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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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명품 브랜드 MCM을 제조·유통하는 성주디앤디가 ‘하도급 불공정 행위’ 논란에 휘말렸다. 성주디앤디가 독일 MCM을 인수한 2005년 이후 핸드백 납품 원가를 정하면서 사실상 ‘단가 후려치기’를 했다는 주장이다. MCM 가방 납품 업체중 맨콜렉션·신한인비테이션·SJY코리아·원진콜렉션등 4개 업체가 이런 주장의 선두에 섰다.

공정위 "사건 쌓여있지만 MCM 사건 우선으로 처리" #납품업체 "12년 동안 마진 고정, 이럴 수 있느냐" #MCM 제조사 성주디앤디 "업계 관행에 따라 진행"

맨콜렉션 김철호(61) 대표는 “MCM의 스테디셀러인 여성용 쇼퍼백(Shopper Bag·사각형 여성 가방)의 경우 2005년에는 협력업체 마진율(협력업체가 가져가는 이익)이 납품 원가 대비 16%였는데, 이후 정액제로 바뀌어 1만500원에 고정된 이후 지금도 변동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모든 물가가 다 올랐고, 원부자재와 임가공비도 올랐는데 12년 동안 마진이 그대로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2012년까지는 견딜 수 있었지만, 마진율이 13% 이하로 내려간 2013년 이후 매년 2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납품 원가를 정할 때 원부자재·장식재는 물론 마진까지 성주디앤디에서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간 동안 맨콜렉션이 납품한 여성용 가방은 107만3616개에 이른다.

이에 대해 성주디앤디 측은 19일 “정액제 전환을 포함해 납품원가 계산 등을 협력 업체와 협의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성주디앤디 류지연 마케팅 총괄은 “협력 업체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성주디앤디가 갑질 기업으로 비치고 있다”며 “억울한 쪽은 오히려 성주와 MCM 브랜드”라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는 MCM 사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서울사무소 장혜림 과장은 “다른 사건이 쌓여 있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워낙 높아 이 건을 우선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서류를 건네받은 공정위는 성주디앤디를 신고한 협력업체 관계자를 21일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공정위는 이 사안에 대한 신고를 받고 지난 3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요청했지만 양측의 상반된 주장으로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분쟁의 핵심은 납품 원가의 마진 책정 방식과 마진율이다. 성주디앤디 측은 “정액제라고 해서 협력 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은 아니다. 피혁업계 통상 마진인 6~14%를 벗어나지 않는 8~10%대를 지급했다”며 “우리는 발주 물량이 많기 때문에 협력 업체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력 업체측은 "12년 동안 한 번도 마진 인상이 없었다"며, "이는 부당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인상 요구가 있을 때마다 성주는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그 말만 듣다 회사가 적자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맨콜렉션 측 주장에 의하면 쇼퍼백의 경우 납품 마진율은 2005년 16%에서 지난해 8.7%까지 내려갔다. 또 원진콜렉션이 2015년 납품한 여성용 백팩 6종의 마진율은 1.8~5.9%였다.

통상 피혁·액세서리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에 연동한 정률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우리 브랜드의 경우 협력업체 마진은 14~15%선”이라고 말했다. 또 “협력업체 마진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정액제냐 정률제냐 하는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와 간담회 등을 통해 협의를 해 나가는 과정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주디앤디측은 또한“100여 개 협력사 중 소수인 4곳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맨콜렉션과 지난해 폐업한 원진콜렉션은 MCM의 1·2위 밴더(협력업체)로 물량을 많이 받을수록 적자 폭이 심해 이렇게 망하나 저렇에 망하나 피차일반이라 이 업을 그만둘 생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머지 업체도 같은 심정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숨죽이고 있을 뿐”이라는 덧붙였다.

양측은 이 밖에도 납품 과정에서 생긴 샘플 제작비용, 철형·포장비, 운송비 책정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협력 업체측은 “갑의 입장에 있는 성주가 기타 부대비용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며, 성주디앤디 측은 “업계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패션업계는 ‘MCM 사태’를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원청원체가 하도급업체에 대해 납품단가를 낮추라는 요구하는 행위 등은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의류 제조 하도급 관련 신고가 많이 접수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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