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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여배우 분장실, 여왕의 궁전 … 어느 곳이든 찍으면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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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인스타 거기 어디 │ 가로수길 디저트카페 ‘C27’

해가 저물자 C27의 모습이 더 화려해졌다. 층마다 다른 색의 조명이 들어와 창을 통해 실내가 더 훤히 들여다 보인다. [윤경희 기자]

해가 저물자 C27의 모습이 더 화려해졌다. 층마다 다른 색의 조명이 들어와 창을 통해 실내가 더 훤히 들여다 보인다. [윤경희 기자]

서울 가로수길에는 이미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상에서 유명한 카페가 많지만 최근 몇 달 동안 독보적으로 관련 게시물이 많이 올라오는 디저트 카페가 있다. 5만6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C27(씨이십칠)’이다.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분석업체 링크브릭스와 함께 2017년 3~5월 인스타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C27은 ‘#디저트’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 중 서래마을 ‘마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진이 올라왔다.

일반적으로 ‘인스타 성지’로 불리는 맛집엔 사진이 잘 나오는 특정 장소나 소품, 혹은 메뉴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C27은 인스타 사진에 올라온 공간과 음식의 모습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칠이 다 벗겨진 벽과 색이 바랜 가죽의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어떤 사진엔 화려한 금색 풍선이 천장 가득 들어 있는 파티장이, 또 다른 사진엔 영국 시골집 주방이 등장하는 식으로 다 다르다.

2층에 있는 파티룸 콘셉트의 공간. 27가지 공간 중 하나다. [사진 D&G컴퍼니]

2층에 있는 파티룸 콘셉트의 공간. 27가지 공간 중 하나다.[사진 D&G컴퍼니]

그 의문은 지난 6월 9일 직접 찾아가 보니 저절로 풀렸다. 이곳을 알려면 일단 이름에 담긴 뜻을 알아야 한다. 우선 치즈(C) 케이크 27가지를 낸다는 의미. 또 ‘복합적인 공간’ ‘사람들이 교류하는 공간’이란 뜻에서 ‘콤플렉스’ ‘커뮤니티’ 등의 앞글자 C와 27가지의 서로 다른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는 의미로 27을 붙인 것이기도 하다. 전국에 키즈파크 8개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관(D&G컴퍼니) 대표가 ‘여성을 위한 테마파크’란 콘셉트로 만들었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2015년 10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입소문이 났다.

가로수길 메인 도로에서 한 블록 안쪽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C27은 일단 웅장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임대료 비싼 이 동네에 대형 프렌차이즈 도 아닌데 4층 규모 건물 하나를 통째로 다 쓴다. 게다가 건물 한쪽 벽면이 전면 유리창으로 돼 있어 내부가 밖에서 다 보여 인근 카페와 확실히 차별화된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름대로 카페는 구석구석 서로 다른 테마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1층엔 커다란 거울과 마네킹으로 꾸민 여배우 분장실이, 2층으로 올라가면 부수다 만 것 같은 오래된 창고 같은 공간이 나오는가 하면 3층엔 유럽 시골 가정집의 낡은 주방이, 4층엔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샹들리에로 꾸민 공간이 나타난다. 발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재미가 쏠쏠한 데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한자리에 다 모아 놨다. 사진이 중요한 인스타그래머에겐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실제로 카페에 가 있는 동안 구석구석에서는 찰칵찰칵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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