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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경제정책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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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병직(사진)서울대 명예교수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16일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의 발표자로 나서는 안 교수는 15일 사전 배포한 논문에서 "한국에 자유민주주의가 굳건히 뿌리 박았다고 볼 수 없고 현 정부가 시장경제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경제체제의 정착을 위해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도 현 정부는 속수무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자유방임 상태로 놔둔 채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을 배양하고 꾸준한 제도개혁을 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안 교수의 주장이다.

안 교수는 "한국의 정치경제적 혼란은 이런 작업이 결여된 채 정부가 국정 방향을 자의적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었다고 하지만 아직 선진국이 되기는 멀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이라면 '설득과 관용'을 통해 사회구성원 간에 우호관계가 형성되고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는 '적 아니면 동지'의 관계가 여전하다"고 안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특히 "과거 청산 작업에서 보듯 이미 백골이 된 사람들까지 용서하지 못하겠다며 처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직업훈련을 확대해 성장 잠재력을 올려야 하며 공기업 민영화와 노동시장.금융제도의 개혁 등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경제기획원을 부활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시장경제를 하자면서 기획원을 말하는 것은 모순되는 듯하지만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제도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기획원을 다시 설치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공동 학술대회와 함께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경제학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인 정운찬 총장도 미리 배포한 취임사에서 정부와 기업.경제학계의 분발을 촉구했다.

정 총장은 "복잡한 경제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엔 정부와 사회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과거의 성장동력 메커니즘을 상실한 정부.대기업 집단.금융계는 새로운 역할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장동력 실종, 양극화, 급속히 진행되는 세계화, 중국 등 주변국의 왕성한 경제활동, 인구 구조의 급속한 노령화 등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총장은 훌륭한 경제학자가 되려면 '차가운 머리와 함께 뜨거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 경제학계가 과연 실천적 소임을 다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치밀한 분석에 근거해 학계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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