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재개발 투자 '꽃샘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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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도심 재개발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재개발 지분 대부분이 거래허가를 받아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재개발이 활발한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중앙포토]

특별법 지원으로 유망주로 떠올랐던 뉴타운 등 도심 재개발 시장 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토지거래허가제 강화로 웬만한 땅은 허가를 받아야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재개발 사업장의 입주권이 주택으로 간주되면서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거래마저 힘들어진 셈이다.

반면 재개발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선 입주 때까지 집을 처분하지 않는 게 낫다. 우수학교 설립, 문화시설 확충 등으로 주거여건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 기준 9평 유력=특별법에 따라 지정되는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내에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는 땅의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9평(30㎡) 초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투기억제를 위해 현행 토지거래허가제를 강화하기로 했고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9평은 시행령안 용역을 맡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기준이다.

학회 관계자는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땅에 허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많아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모든 땅을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9평은 서울.인천.울산 등이 건물이 없는 땅에 아파트 분양자격을 주는 최소 면적이다. 이들 자치단체는 아파트 분양 대상을 18평(60㎡)이나 27평(90㎡)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그 미만으로 분할된 땅에 대해서는 무주택세대주에 한해 9평 이상이면 분양자격을 주고 있다.

허가제 기준이 9평보다 작아질 수도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최대한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 등의 분양자격 최소면적은 6평(20㎡)이다. 경기도 등은 최소면적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조합에서 정관에 정하도록 하고 있다.

거래시장 마비될 듯=거래허가 기준이 9평 초과로 정해지면 재정비촉진지구 내에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가 시행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기준은 나대지뿐 아니라 주택에 딸린 땅에도 적용되는데 재정비촉진지구로 예상되는 지역들의 재개발 지분이 대부분 9평을 웃돌기 때문이다. 서울 뉴타운을 비롯해 도심 재개발 지역들이 촉진지구로 지정될 예정이다.

허가 대상이 되는 땅이 딸린 주택을 구입하려면 직접 거주해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2주택 이상 소유자는 허가받을 수 없고 같은 시.군.구에 주택이 있는 사람은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한다"며 "집을 구입한 뒤 입주기한을 별도로 정해두진 않았지만 가능한 빨리 입주해야 하고 입주시점에 맞춰 기존 주택을 팔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시.군.구에 주택이 있으면 허가권자인 자치단체에서 생활권이 같은지를 판단해 처분 여부를 결정한다.

건물이 멸실된 조합원 입주권은 입주 후 거주할 계획으로만 허가받을 수 있고 입주 전에 팔 수 없다. 이때는 입주 시점에 살던 집을 팔면 된다. 다세대 지분쪼개기(분할)가 많은 아현.한남뉴타운 등이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 이문뉴타운 등 외에는 주택의 대지지분이 대부분 9평이 넘는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서울에서 거래되는 재개발 지분의 70% 이상이 거래허가제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동대문구 드림공인 권순형 사장은 "재개발 투자자 대부분이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기존 집을 팔고 낡은 주택에 들어와 살려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와 부산 등 지방에선 거의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쪼개진 지분을 거래할 경우 서울에선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아파트를 배정받는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J&K 백준 사장은 "시세차익을 얻기는 어려워졌다"며 "용적률 완화 등 지원으로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고 허가제 강화 전에 미리 구입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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