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요구르트 만드는 '박사 5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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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경남 진주시 경상대 생명공학연구소 안에 있는 '바이오 허브'(www.biohub21.co.kr)는 박사 학위를 가진 시간강사들이 만든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건강 보조용 요구르트를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 허브의 김범규(44)대표는 3년전 일본 나가사키대에서 해양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강단에 섰다. 그러나 시간강사 급여가 적고 연구활동 환경이 좋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차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대학 후배들과 특허기술을 개발해 팔기로 의기투합했다. 뜻을 함께한 후배는 신갑균(38.식용균이학).전병삼(38.응용생명공학).차재영(42.임상영양생리학).배동원(38.분자생물학)씨 등이다.

먼저 버섯 요구르트와 전통 한지 제조법 등 두 가지 연구 테마를 정했다. 전통 한지는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관심을 안보이자 바로 포기했다. 대신 국내 굴지의 유가공업체들이 관심을 보인 버섯 요구르트 개발에 전념했다.

낮에는 대학을 오가며 강의를 한 뒤 저녁이면 모두 경상대 실험실에 모여 연구작업을 했다. 실험비용으로 강사료까지 털어넣었다.

2000년 4월 버섯 요구르트 제조법으로 특허권을 따냈다. 임상시험 결과 당뇨 환자의 혈당치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유가공업체 두 곳과 접촉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기술을 사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원료만 공급받겠다고 나섰다. 원료 납품은 모기업체 사정에 따라 끊기기 쉬운 거래였다.

이에 따라 이들은 벤처기업을 차려 요구르트를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주변에서 빌린 자본금 2억원으로 바이오 허브를 설립했고 일본.미국 등지에 7건의 산업재산권을 등록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金대표가 사업계획서를 들고 서울의 엔젤클럽을 찾아다니며 4억여원을 끌어모았다. 대학교 인근에 있는 땅 3백여평을 빌려 공장을 짓고 2001년 11월부터 요구르트 생산에 나섰다.

생산 한달 만에 8백여만원의 매출을 올려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6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요구르트가 당뇨 환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올들어 대리점 개설 신청이 몰려들고 있다. 올 매출목표는 2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현재 바이오 허브가 생산하는 요구르트는 ▶혈당강하용▶변비예방용▶혈액순환 촉진용▶암 예방용 등 네 종류.

앞으로 3~4종의 기능성 요구르트를 더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산하 기관으로부터 제품의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또 최근엔 일본 굴지의 유업회사인 메이지 유업과 협력을 타진 중이다.

金대표는 "벤처기업으로 돈을 벌게 되면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번듯한 연구소를 세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진주=김상진 기자

<사진설명전문>
경남 진주시 정촌면 관봉리 ㈜바이오 허브 (왼쪽부터)전병삼, 차재영, 배동원, 신갑균, 김범규대표가 당뇨병 치료 요쿠르트 생산라인 앞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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