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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별장’이 국민 관광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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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청남대 연못에 위치한 대통령 기념관. 2015년 6월 준공한 이 전시관은 실제 청와대 본관 건물을 60% 축소한 것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화와 청와대 집무실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사진 청남대관리사업소]

청남대 연못에 위치한 대통령 기념관. 2015년 6월 준공한 이 전시관은 실제 청와대 본관 건물을 60% 축소한 것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화와 청와대 집무실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사진 청남대관리사업소]

베일에 둘러싸인 비밀의 정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돌려준 ‘권부의 아방궁’.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자리한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靑南臺)를 빗댄 말이다.

누적 관람객 1000만명 돌파 청남대 #‘남쪽의 청와대’란 뜻 1983년 건설 #노무현 대통령 2003년 국민에 반환 #전시관·탐방로·체험장 조성해 인기 #연 83만 명 방문 중부대표 여행지 돼

서슬 퍼런 군부 정권 시대에 지어져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청남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된 지 14년을 맞았다. 역대 대통령이 걸었던 산책길은 야생화가 수놓은 탐방로가 됐다. 삼엄한 경계 속에 헬기가 뜨고 내린 잔디 광장은 공예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는 1983년 건설됐다. 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호수 경치를 보고 감탄해 “이런 곳에 별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여름 휴가 등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상징인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면서 2003년 4월 18일 청남대 소유권을 충북도에 이양했다.

청남대는 개방 첫해 관람객 53만 명이 입장했고 이듬해 100만 60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하에 대청호를 관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 “대통령 별장인 만큼 황금으로 된 욕조가 있을 것”이란 풍문을 듣고 전국에서 사람이 몰린 것이다. 청남대에는 별도의 비밀 통로와 황금으로 만든 욕조는 없다. 청남대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청남대 건설 때 수영장 공사를 하면서 작은 배수로를 뚫었는데 공사를 한 인부들 사이에서 ‘비밀 통로가 있는게 아니냐’는 말이 돌면서 사실이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남대 관광코스 1번지는 본관 건물이다. 본관은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 기간 가족과 휴식을 하며 집무를 했던 공간이다. 1층에 회의실과 접견실 등이 있고 2층은 대통령 가족 전용공간으로 침실·서재·거실·식당·가족실 등이 있다. 현재 잔디 광장으로 쓰이는 4463㎡ 규모 옛 헬기장은 축구·국궁·배구·야구·게이트볼장으로 쓰였다.

청남대는 2005년을 기점으로 관광객이 줄기 시작해 2009년 연간 관람객이 50만380명으로 떨어지면서 한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매년 관리비 수십억원을 쓰고도 입장료 수익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이 일자 충북도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청남대 꾸미기에 나섰다. 청남대 주변 13.5㎞ 산책로에 대통령 길을 조성하고 각종 야생화를 심었다. 팔각정자, 소공연장, 병영체험장 등 문화·체험공간도 만들었다. 청와대 본관 건물을 60% 축소한 대통령 기념관에서는 역대 대통령 관련 자료, 취임식 영상, 청와대 집무실 체험 시설 등을 설치했다. 가을 국화축제, 역대 대통령 주간 등 문화행사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12년 이후 청남대 입장객은 연간 83만 명 정도가 됐다. 지난 2월 누적 관람객은 1000만명을 넘었다. 윤상기 청남대 관리사무소 소장은 “내년까지 30억원을 들여 청남대 숲 곳곳에 휴식·명상·치유 기능을 가진 테마정원을 꾸밀 계획”이라며 “올해 관람객 100만명을 목표로 무궁화 품평회와 가을 국화축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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