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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예쁘냐?" 살해 전 마지막 대화...인천 초등생 살해범 첫 재판

중앙일보

입력

8살 초등생 살해 피의자 A양이 3월 3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인천지방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8살 초등생 살해 피의자 A양이 3월 3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인천지방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완전범죄 살인사건’, ‘혈흔 제거 방법’, ‘손가락 예쁘냐’, ‘사냥 나간다’

검사 "계획 및 유인에 의한 살해" #변호인 "아스퍼거에 의한 우발적" #7월 2일 형 확정 결심공판 예정

지난 3월 말 인천 연수구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A양(17)과 시신 일부를 건네받은 공조자 B양(19)의 인터넷 검색 및 문자 대화 내용이다. 이들은 A양이 피해 학생을 목 졸라 기절시킨 뒤에도 문자를 주고받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오전 10시30분 A양의 첫 준비기일 재판이 열린 인천지법 324호 법정. 검은색 뿔테 안경을 착용한 A양이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피고인석에 앉은 후에는 변호인과 검사를 번갈아 봤다. 때로는 고개를 숙이기도 했고, 멍하게 앞을 주시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주소가 어디냐”는 질문에 A양은 “모른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주소를 읽어주자 “맞다”고 했다. 이어 “본적을 아느냐”는 말에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겠느냐”는 질문에 변호인이 “안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고, A양도 “네”라고 했다.

검사측의 쟁점 건의가 시작되자 A양의 범행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천 초등생을 살해한 A양이 3월 30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초등생을 살해한 A양이 3월 30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밝힌 A양의 범행은 이랬다.

A양은 올 2월 인터넷을 통해 B양을 만났다. 이들은 채팅앱을 통해 ‘살인’, ‘시체해부’, ‘인육’ 등에 심취했다. 이어 A양은 상상이 아닌 실제 살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B양은 “(실제 살인하면) 시신 일부를 선물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혈흔 제거방법', '완전범죄 살인사건' 등에 대한 검색을 했다.

이후 A양은 엄마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 후 자신이 거주하는 1~2호 라인이 아닌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5~6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사건 당일인 3월 29일 오전 10시50분쯤에도 A양은 엄마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 후  5~6호 라인으로 나왔다. 이 모습을 스스로 사진을 찍은 뒤 “사냥 나간다”는 문자와 함께 B양에게 전송했다.

이날 낮 12시40분쯤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자 “베터리가 없으니 집 전화를 사용하게 해 주겠다”며 집으로 데리고 갔다. 1~2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중간에 내린 뒤 비상계단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다.

A양은 곧바로 고양이와 놀던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 피해자가 잠시 기절하자 A양은 ‘잡아왔다’ ‘상황이 좋다’는 문자를 B양에게 보냈다. B양은 ‘살아 있느냐’ ‘손가락 예쁘냐’고 물었고, A양은 “예쁘다”고 답했다. 이후 A양은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 후 시신을 훼손했다.

범행 이후에도 A양은 태연하고 완벽하려 했다. 시신 훼손 후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1~2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밖으로 나와 시신 일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알리바이를 위해서였다. 실제 경찰이 당시 CCTV를 확인했지만 수상한 옷을 입은 여성만 확인됐을 뿐 A양은 잠옷 입고 나온 영상밖에 없어 초기 혼선을 빚은바 있다고 했다.

이후 A양은 훼손한 시신을 비상계단을 통해 아파트 옥상에 유기한 뒤 시신 일부를 들고 서울의 한 전철역에서 B양을 만나 이를 건넸다. 이들은 이날 저녁을 먹으면서 서울 거리를 배회했다.

검찰의 주장에 A양의 변호인은 모든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계획적이고, 유인에 의한 살인이 아닌 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발현으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순간적 충돌에 의한 살인이라는 점을 인지해 달라”며 “살해 당시에는 심신미약의 상태가 아니었지만 시신을 훼손 할 당시에는 자폐적 성향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이다보니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양 등은 역할극에 심취해 오간 대화내용이다. 검사 측은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 전체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당시 ‘자기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환청을 듣고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던 중 피해 학생의 도움을 요청받아 집 전화를 사용하게 하려 한 것”이라며 “A양이 고양이에 대한 집착이 강한데 피해자가 고양이를 괴롭힌 것처럼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신미약의 상태 여부’ ‘계획적·우발적 살인 여부’ ‘유인행위 해당 여부’ 등 쟁점사항을 3가지로 압축했다.

또 변호인이 증인으로 신청한 A양의 정신분석을 담당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직원, A양의 정신과 치료 의사와 고1때 담임, 공조자 B양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조자인 B양의 재판도 있으니 다음 재판에서 결심하려 한다”고 밝혔다.
결심공판은 7월 4일에 열린다. 공조자 B양 재판은 이달 23일 이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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