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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원내총무 피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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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공화당 원내총무인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의원(루이지애나).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원내총무인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의원(루이지애나). [A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야구장에서 14일(현지시간) 오전 야구 연습 중이던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공화당 원내총무인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의원이 괴한의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총격 사건으로 모두 5명이 병원에 후송됐다고 발표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공화 넘버3 # 범인은 현장서 체포 뒤 사망 # SNS엔 트럼프 향한 적대감 #"트럼프는 반역자. 파괴할 때" #

워싱턴포스트(WP)는 총기 난사를 가한 괴한은 제임스 호치킨슨(66)이라고 보도했다. 호지킨슨은 주택 검사업자로, 2006년 4월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또 WP는 호치킨슨 명의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등장하며 “트럼프는 반역자. 트럼프가 우리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트럼프와 일당들을 파괴해야 할 때”라는 글이 올라있다고 보도했다. 호치킨슨은 경찰의 총격을 받고 체포된 뒤 사망했다.

5선의 스컬리스 하원의원은 공화당 하원 내 서열 3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적극 옹호해 온 친트럼프 성향 의원이다.

트럼프를 반역자'라고 적시한 호치킨슨 명의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트럼프를 반역자'라고 적시한 호치킨슨 명의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호치킨슨 명의의 페이스북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글이 올라 있다. [페이스북 캡처]

호치킨슨 명의의 페이스북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글이 올라 있다. [페이스북 캡처]

미국 의원들이 모여 야구를 연습하던 도중에 총기 난사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미국 사회에 다시 테러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이날 “총기 난사가 테러인지와 의원들을 목표로 삼았는지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초기 조사에선 국제 테러조직과의 연계점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경찰과 FBI는 정확한 범행 동기와 테러 관련성 여부를 계속 조사 중이다.

공화 의원들 향해 50여 발 난사 … 대량학살 이어질 뻔 

백악관서 12㎞ 거리 야구장서 발생
트럼프 “비극적 사건 몹시 슬프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야구장에서 야구 연습 중이던 공화당 의원들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총무 등 5명이 부상당했다. 괴한은 현장에서 총을 맞고 체포됐다. 스컬리스 의원은 수술 후 상태가 안정적이다. 경찰들이 부상자를 돌보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야구장에서 야구 연습 중이던 공화당 의원들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총무 등 5명이 부상당했다. 괴한은 현장에서 총을 맞고 체포됐다. 스컬리스 의원은 수술 후 상태가 안정적이다. 경찰들이 부상자를 돌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의회와 경찰 관계자들은 괴한이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야구장엔 많은 하원의원과 의회 보좌진이 있었다. 마크 워너 공화당 상원의원은 “괴한은 명백히 많은 공화당 의원들을 죽이려 했다”며 표적 난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백악관에서 12㎞ 떨어진 이곳에서 수년간 야구 연습을 해 왔다.

이날 평상시와 다름없었던 야구경기장은 갑작스러운 총격으로 사람들이 쓰러지고 도망가며 총성과 비명이 계속되는 공포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공화당의 모 브룩스 하원의원은 “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야구장 내 2루수 쪽에 서 있던 스컬리스 의원이 엉덩이 쪽에 총을 맞았으며 보좌관 1명과 경찰 2명도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스컬리스 의원은 현재 조지 워싱턴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룩스 의원은 “스컬리스 의원은 비명을 질렀고 이어 피를 흘리며 핏자국을 남긴 채 외야 쪽으로 기어갔으며 사람들이 스컬리스 의원의 가슴에 난 상처를 지혈했다”고 알렸다. 괴한은 3루 베이스의 더그아웃 뒤에서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룩스 의원은 특히 “총격은 반자동으로 이뤄졌다”며 “여러 사람을 향해 계속 발사됐다.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이 (총격을 피해) 흩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괴한은 50발에서 100발 사이를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도 “배팅 연습을 하고 있는데 빠른 속도로 발사되는 총성을 들었다”며 “AR-15 소총 소리 같았고 50~60발 정도는 발사된 것 같았다”고 전했다. 폴 상원의원은 “(야구장은) 킬링필드였다”며 “(현장의) 의회 경찰이 없었다면 대량학살 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총기 난사 사건의 여파로 미국 하원은 이날 예정됐던 모든 표결 일정을 취소했다. 하원 내 상임위별 청문회도 대부분 취소됐다. 백악관도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로 했던 일정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나와 부통령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 비극에 깊이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기도가 의원들과 보좌진, 경찰 및 관련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도 “스컬리스 의원은 진정한 친구이자 애국자”라며 “심하게 다쳤지만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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