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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환원 정책 확대, 한국 증시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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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데 장애물이 있다면 낮은 배당률이다.”

피델리티 펀드매니저 다니엘 로버츠 #지금 투자한 한국 기업은 없어 #배당 빠르게 늘리는 일본 투자 고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글로벌배당인컴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다니엘 로버츠(사진)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말이다. 로버츠 매니저는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배당 성향은 다른 지역보다 낮기 때문에 기업이 주주에게 더 많이 배당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순이익에서 현금배당이 차지하는 비중(배당성향)은 한국이 20.2%다. 미국(53.4%)과 프랑스(65.9%)는 물론, 일본(35.2%)이나 중국(33.8%)보다 낮다. 그는 “합리적인 배당 성향은 40% 정도로 한국도 이를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펀드는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팔렸다(5월 기준). 총 운용 규모는 5600억원이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2.5%다. 2013년 2월 설정된 후 지금까지 누적수익률은 58.7%에 이른다. 로버츠 매니저는 “특정 벤치마크 지수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 평균보다 (수익률이) 우월한 종목을 찾아 우선 투자하는 ‘바텀업’(bottom-up) 전략과, 기업 배당 및 총 수익률간 균형을 찾는 전략을 주로 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바구니에 담았던 한국 기업은 KT&G와 SK텔레콤 등 고배당 종목이다. 지금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없다. 새 정부가 장려하는 기업 주주환원 정책 성과에 따라 한국 기업을 추가할 의향도 있다고 했다. 로버츠 매니저는 “한국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며 “나를 비롯한 해외 투자자에겐 (주주환원 정책 확대가) 한국 증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성과만 난다면 한국 기업 비중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슷한 이유로 지금의 일본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선 2014년 대형 연기금을 중심으로 책임투자와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많아졌다. 타이어 제조사 브릿지스톤은 오너가 지분 9%를 상실하는 정도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로버츠 매니저는 “일본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은 편이지만 배당을 늘리는 속도가 다른 선진국보다 빠르다”며 “또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인수합병(M&A) 등에 쓸 현금을 풍부하게 보유한 기업도 많아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망 지역·업종으로는 유럽과 헬스케어를 꼽았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배당을 많이 준다. 최근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정치 위험도 잠잠해졌다. 헬스케어는 지난 8년간 쉼없이 올라 비싼 측면도 있지만 아직은 괜찮다고 봤다. 최근 1년 동안 그가 새로 편입한 대표 종목은 미국 정보통신회사 KLA텐코와 독일 증권거래소 도이체뵈르제다. 그밖에 유니레버·지멘스·에디슨인터내셔널 등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2012년부터 줄곧 상승 곡선을 그려 온 미국 증시 전반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다. 로버츠 매니저는 “최근 5~6년 사이 세계 증시가 평균 25% 오르는 동안 미국 증시는 100% 뛰었다”며 “미국 기업은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현금을 지출하고 있어 부채가 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순 없다”고 말했다.

운용 경력 15년인 로버츠 매니저는 2003년부터 아비바를 시작으로 가트모어자산운용을 거쳐 2011년 11월 피델리티에 합류했다. 이듬해 글로벌배당인컴펀드를 출시했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자산 규모는 총 70억 달러(7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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