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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하치야·신이치」에도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KAL기 실종사건의 진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수수께끼에 싸여가는 가운데 바레인에서 음독자살한 남자가 사용했던 여권의 실제주인공 「하치야·신이치」(봉곡진일·69)의 정체도 의문으로 떠오르고있다.
「하치야·신이치」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여권을 가진 남자가 바레인에서 자살한 사실이 보도된 직후 일본경찰에 자진출두, 자신의 여권을 재일 한국인 「미야모토」(군본)에게 빌려준 사실등을 진술하고 자신은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으나 그의 진술은 조리가 닿지 않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의 실마리를 쥔 인물」이란 심증이 짙어지고 있다. 「하치야」씨는 경찰진술에서 『4년전부터 알고지내던 「미야모토」에게 여권수속에 필요한 자신의 인감·서류등을 건네준 적이 있다』고 말했지만 단순히 「알고지내는 사이」의 사람에게 여권관계서류 일체를 넘겨준다는 것은 상식으로는 납득이 어렵다. 「알고 지내는 사이」이상의 긴밀한 관계가 있으리라는 추리다.
또 『「미야모토」가 1년전에 사업을 같이 하자면서 자신의 여권을 빌려 달라고해 여권을 한달간 빌려준적이 있다』는「하치야」씨의 진술도 같은 이유로 석연찮다. 여권을 빌어다 어디에 쓸것이며 빌려받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이 그 같은 목적 확인 없이 빌려주고 받았을까.
「하치야」씨는 84년 「미야모토」의 부탁에 따라 한달간 동남아를 여행하다 방콕에서 「미야모토」와 합류, 다시 한달간 여행을 함께 하며 호텔에서만 지냈다고 했는데 이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혼자서 한달간 동남아를 여행한 목적과 행적이 모두 모호하다. 함께 다닌 한달간의 행적도 마찬가지.
여행경비를 모두 「미야모토」가 부담했다는 점도 모호한 행적과 함께 목적과 동기를 의심케하는 부분이다.
「하치야」 씨는 사건후「미야모토」와의 관계진술에서 『「미야모토」의 아저씨가 동경에 살고있고 그 아저씨의 세딸중 둘째딸이름이 「마유미」』라고 주장했으나 문제의「아저씨」란 인물이 역시 경찰에 자진출두, 자신은 「미야모토」의 아저씨도 아니고「마유미」란 딸도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미야모토」와는 몇 번 술자리에서 어울렸을 뿐이며 그나마 수년동안 그를 만난일이 없고 「마유미」란 딸은 없다고 확언했다.
「미야모토」가 고명윤·이철우·이행우등 다른 이름도 쓴다는 「하치야」씨의 진술도 그가 고의적으로 여러 이름을 등장시켜 혼선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그중 이철우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실재인물로 나타나 사건과 무관함이 확인됐다.
결국 「하치야」씨의 진술과 태도는 그의 주장과는 달리 그가 어떤 형태로든 「미야모토」와 훨씬 깊은 협조내지 동조자 관계에 있으며 그가「미야모토」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굳게하고 있다.
「하치야」씨는 현재 일본경찰이 신병을 확보한 채 조사를 계속중이며 사건의 직접관련자로 지목된 바레인의 남녀와 「미야모토」가 모두 조사가 안되는 상황에서 어쩌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유일한 증인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일본경찰의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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