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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 효순·미선양 추모도 했는데 … 취지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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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10일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파행을 빚었다. 이날 공연 예정이었던 가수 인순이씨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죄송하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 공연기획사]

지난 10일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파행을 빚었다. 이날 공연 예정이었던 가수 인순이씨가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죄송하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 공연기획사]

“한·미 양국의 화합과 상생을 이끌 콘서트였는데 일부 반대 여론에 취지가 호도됐습니다.”

미 2사단 100년 행사 기획 이근백씨 #가수들 마녀사냥 당할까 공연 포기 #한·미 아리랑 부르려던 것도 취소 #화합·상생의 장이었는데 안타까워

지난 10일 파행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 콘서트(경기도 의정부시 주최)’를 기획한 이근백(54·사진) 추계 E&M 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분단 국가의 안보를 위해 노력하고 낙후된 경기도 북부 지역의 경제 활성화 등에 앞장선 미군 장병을 격려하는 취지의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뜻을 담아 주제도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으로 잡았다.

하지만 행사는 2002년 6월 13일 양주에서 미2사단 장갑차에 압사한 여중생 효순·미선양 사고 15주기를 사흘 앞두고 열린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반협박성 압력을 받은 출연 가수들은 불참하거나 무대에 올라 사과 인사만 한 채 내려왔다. 가수 인순이씨는 “의정부 시민들은 인순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는 내용의 글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콘서트 무대 위에서 “사실 오늘 노래를 하려고 왔지만 바깥에서 이런저런 일(행사장 밖 시위를 의미)들이 생겼다.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아서 인사라도 드리려고 나왔다. 노래를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효순·미선양 사고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콘서트 초반에 애도를 표하는 시간도 가졌지만 일부 시민단체에 의해 행사 취지가 (미군 잔치인 양)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콘서트 사회자는 “이 자리가 슬픔과 눈물을 화해와 상생으로 바꿀 첫걸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의정부 시민 여러분, 다시 한번 미선·효순양에게 애도를 표하자”고 했고 객석에서는 묵념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이 이사는 “가수들이 ‘마녀사냥 당하기 싫다’며 공연을 포기하겠다고 전할 때 마음이 아팠다”며 “콘서트가 파행되다 보니 행사 마지막 순서로 계획된 미군 장병과 우리 청소년들이 손잡고 아리랑을 부르는 기획 역시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걸그룹 EXID는 팬카페에 “의정부 시민들과 함께하는 무료 공연 입장 취지에 동의해 출연하기로 했지만 소속 아티스트의 신변, 정신적 피해 등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출연 취소를 하게 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2사단은 내년까지 경기도 평택 기지로 이전할 예정이다. 52년간 의정부에 주둔하면서 ‘인계철선’의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파행에 사과하면서도 “분함은 깊이 새기고 은혜는 기억하지 못하는 나라로 우리가 비난받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미2사단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 승리의 전환점이 되는 지평리 전투에 참여해 큰 전공을 세웠다. 평양에 입성한 첫 번째 유엔군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미2사단 장병 7094명이 전사하고, 1만6237명이 부상당했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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