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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효순·미선이 추모시간도 가졌는데 협박성 반대 안타까워", 미2사단 100주년 콘서트 기획사 이사 심경토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 가수 인순이와 EXID 등 가수들의 공연 취소로 파행을 빚은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 를 기획한 이근백 추계 E&M 이사가 13일 오후 본사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김현동 기자

지난 10일 가수 인순이와 EXID 등 가수들의 공연 취소로 파행을 빚은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 를 기획한 이근백 추계 E&M 이사가 13일 오후 본사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김현동 기자

“한·미 양국의 화합을, 상생을 이끌 콘서트가 일부 반대 여론에 행사 취지가 호도됐고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된 게 정말이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한미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The next movement) 주제 행사 #효순·미선양 15주기 앞두고 추모시간 가졌지만 행사 취지 호도돼 #

지난 10일 파행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 콘서트(경기도 의정부시 주최)’를 기획한 이근백(54·사진) 추계 E&M 이사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심경을 전했다.

미2사단 100주년 기념 콘서트 불참을 결정한 EXID. [사진 일간스포츠]

미2사단 100주년 기념 콘서트 불참을 결정한 EXID. [사진 일간스포츠]

이번 행사는 분단국가의 안보를 위해 노력하고 낙후된 경기 북부 지역의 경제 활성화 등에 앞장선 미군 장병을 격려하는 취지였다고 한다. 나아가 한·미 동맹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도 담겼다. 이 같은 뜻을 담아 행사 주제도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The next movement)’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2년 6월 13일 양주에서 미2사단 장갑차에 압사한 여중생 효순·미선양 사고 15주기를 사흘 앞두고 열린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반협박성 압력을 받은 출연 가수들은 결국 불참하거나 무대에 올라 사과 인사만 한 채 내려왔다. 가수 인순이씨는 “의정부 시민들은 인순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받았다고 한다.

미2사단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사회자가 고(故) 효순, 미선양을 추모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공연영상 캡처]

미2사단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사회자가 고(故) 효순, 미선양을 추모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공연영상 캡처]

이 이사는 “효순·미선양 사고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콘서트 초반에 애도를 표하는 시간도 가졌지만 일부 시민단체에 의해 행사 취지가 (미군 잔치인 양)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콘서트에서는 효순·미선양을 추모하는 순서도 있었다. 콘서트 사회자는 “의정부 시민들과 애도의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가 슬픔과 눈물을 화해와 상생으로 바꿀 첫걸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의정부 시민 여러분, 다시 한번 미선 효순양에게 애도를 표하자”고 했고, 객석에서는 묵념 등을 하는 시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이사는 “효순·미선양 사고의 가해자로서의 미군 장병과 타국의 자유민주주의·안보를 위해 희생한 미군 장병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 포스터. [사진 의정부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 포스터. [사진 의정부시]

미2사단은 내년까지 경기도 평택 기지로 이전할 예정이다. 52년간 의정부에 주둔하면서 ‘인계철선’의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파행에 사과하면서도 “분함은 깊이 새기고 은혜는 기억하지 못하는 나라로 우리가 비난받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미2사단은 UN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 승리의 전환점이 되는 지평리 전투에 참여해 큰 전공을 세웠다. 평양에 입성한 첫 번째 UN군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미2사단 장병 7094명이 전사했다. 1만6237명이 부상 당했다.

이 이사는 “일부 가수들이 ‘마녀사냥 당하기 싫다’며 공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전할 때 마음이 아팠다”며 “콘서트가 파행되다 보니 행사 마지막 순서로 계획된 미군 장병과 우리 청소년들이 손 잡고 아리랑을 부르는 기획 역시 흐지부지됐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수 인순이씨가 노래 대신 객석에 사과하고 있다. [사진 공연기획사]

가수 인순이씨가 노래 대신 객석에 사과하고 있다. [사진 공연기획사]

가수 인순이씨는 콘서트 무대위에서 “사실 오늘 노래를 하려고 왔지만 바깥에서 이런 저런 일(행사장 밖 시위를 의미)들이 생겼다.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아서 인사라도 드리려고 나왔다. 노래를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걸그룹 EXID 팬카페에는 콘서트 불참소식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의정부 시민들과 함께하는 무료 공연입장 취지에 동의해 출연하기로 했지만 본 행사와 관련해 소속 아티스트의 신변, 정신적 피해 등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출연취소를 하게 됐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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