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직구는 MLB에서 두 번째로 나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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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 LA 다저스 인스타그램]

류현진 [사진 LA 다저스 인스타그램]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효과가 없는 공. 류현진(30·LA 다저스)의 직구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류현진은 12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에서 4이닝 동안 6피안타·4실점했다. 팀이 역전승을 거두면서 패전은 모면했지만 평균자책점은 4.42까지 치솟았다. 마에다 겐타를 밀어내고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내용이다. 문제는 장타였다. 류현진은 이날 홈런 3개를 얻어맞았다. 올 시즌 9이닝당 피홈런은 무려 1.89개로 올 시즌 30이닝 이상 던진 187명의 투수 중 29위에 해당한다. 2014년 152이닝을 소화하며 홈런 8개만을 내줬던 예전의 류현진이 아니다.

문제는 직구다. 이날 맞은 피홈런 3개 중 2개가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다 내줬다. 시즌 전체로 따져도 12개 중 10개의 홈런이 빠른 공(포심 9개, 투심 1개)을 통타당해 허용한 것이다. 변화구 피홈런은 2개(체인지업 1개, 슬라이더 1개) 뿐이다.

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접근하는 세이버메트릭스로 접근해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구종 가치(pitch value)'는 해당 구종을 던져 얼마나 실점을 줄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직구 구종 가치는 -14.6이다. 직구를 던지다 더 내준 점수가 14점이 넘는다는 의미다. 패스트볼 100개당 구종가치는 -4.08으로 브론슨 아로요(신시내티·4.42) 다음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MLB 전체에서 류현진의 직구가 '두 번째로 나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도 류현진에겐 아직 수준급의 변화구가 있다.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의 구종가치는 각각 0.03, 1.57, 0.96이다. 세 구종 모두 MLB에서 통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워싱턴전 이후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정말 직구가 살아날 수 있다면 류현진은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새로운 생존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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