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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방' 말 고환 생식 논란…TV는 어디까지 담아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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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예능 '세모방' [사진 MBC]

MBC예능 '세모방' [사진 MBC]

 지난 11일 방송된 MBC '세상의 모든 방송(세모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세모방'은 출연자들이 국내 케이블TV 프로그램이나 다른 나라의 생소한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모습을 소개하는 예능이다.

MBC '세상의 모든 방송', 몽골 예능 방송하는 과정에서 논란 #몽골 유목민의 숫말 거세 및 고환 생식 장면 그대로 방송 #"생명 존중하지 않았다" "거부감 든다" vs "문화 상대성 인정"

이날 '세모방'에는 몽골의 예능 '도시아들' 촬영에 동행한 박수홍과 남희석, 김수용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이들은 울란바토르에서 7시간 사막을 달려 사막 한가운데 외딴 섬처럼 게르를 짓고 살아가고 있는 유목민들과 함께 촬영해야 했다. 문제는 유목민들의 문화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몽골 유목민족은 열악한 생존 환경에서 말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수말을 우수한 종자만 남겨두고 거세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리고 부족한 비타민 섭취를 위해 이를 먹는다고 한다.

MBC 예능 세모방 [사진 MBC]

MBC 예능 세모방 [사진 MBC]

◇말 고환 생식한 김수용, 그걸 방송한 세모방

유독 몽골 방송에 열심히 임했던 김수용은 수말의 잘린 고환을 먹었고, 이 장면은 MBC를 통해 안방으로 전달됐다. 모자이크하긴 했지만 형태가 어렴풋이 보였다. '말 고환은 사막의 유일한 비타민 공급원 유목민들 최고의 영양제'라며 자세한 설명도 달렸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곧장 '세모방'의 수말 거세 장면과 생식 장면이 방송된 데 대해 논란이 일었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문화라고 하더라도 마취 없이 강제로 거세하는 건 생명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저녁 앞두고 방송을 보는 바람에 굶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 비춰 사소한 논란"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내용에 대한 시청자 불만이 접수돼, 심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MBC 예능 세모방 [사진 MBC]

MBC 예능 세모방 [사진 MBC]

◇방송심의 기준 위반일까.

방송심의 규정은 ▶공정성 ▶객관성 ▶권리침해금지 ▶재난에 맞는지 여부 ▶윤리성 ▶소재 및 표현기법 등으로 나눠 프로그램 제작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세모방'에서 방송된 수말 거세 및 고환 생식 장면은 윤리성, 소재 및 표현기법 기준에 빗대 살펴볼 수 있다.

제4절 윤리적 수준 이하 방송심의규정 제26조 3항은 "내용전개상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상하는 장면을 다룰 때에는 그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7조 3항에서도 "혐오감·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음식물의 사용·섭취 또는 동물사체의 과도한 노출 등의 표현"은 해선 안 되며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라도 그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5절 소재 및 표현기법 이하 제37조에서는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된다. 단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5항과 7항을 통해 "잔인하고 비참한 동물 살상 장면과 이에 준하는 사항의 구체적의 묘사를 방송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MBC 예능 세모방 [사진 MBC]

MBC 예능 세모방 [사진 MBC]

◇문화 상대성일까, 도넘은 선정주의일까. 

'세모방' 측은 "가급적 소개하려는 프로그램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려 했고, 몽골의 '도시아들'은 예능보다는 다큐에 가까워 문화적 상대성 측면에서 다루려 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제31조 '문화의 다양성 존중' 조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31조는 "방송은 인류보편적 가치와 인류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 특정인종, 민족, 국가 등에 관한 편견을 조장해선 안 되며 특히 타민족이나 타문화 등을 모독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을 다뤄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세모방'에서는 이 장면을 다큐처럼 담담히 다뤘다기 보다는 수말의 거세와 고환 생식 장면을 혐오스러워하며 소리 지르고 도망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몽골 유목민들의 문화보다는 박수홍·남희석·김수용의 곤혹스러워 하는 입장을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MBC 예능 세모방 [사진 MBC]

MBC 예능 세모방 [사진 MBC]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오하룡 차장은 "12일 오전 기준으로 이에 대한 민원이 한 건 접수된 상황"이라며 "사무처에서 방송 내용이 심의 규정에 어긋나는지 1차 검토한 뒤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부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심의위원 9명의 임기가 12일까지고,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논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해당 내용을 방송에서 다룰 수는 있지만 '세모방'의 접근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면서 "반 생명적인 내용을 예능의 소재로 쉽게 다루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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