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찰 아버지의 '인생 2막' 응원하는 광고판 만든 아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광고판. 정년퇴직을 앞둔 김천용 경위의 작은아들 성진씨가 아버지의 인생 2막을 응원하기 위해 제작했다. [사진 대구경찰청]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광고판. 정년퇴직을 앞둔 김천용 경위의 작은아들 성진씨가 아버지의 인생 2막을 응원하기 위해 제작했다. [사진 대구경찰청]

'오랫동안 시민들을 위해 헌신해 온 한 경찰관이 조용한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의 앞날이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할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대구 버스정류장 2곳에 설치된 광고 #아버지 정년퇴직 앞두고 아들이 제작 #'광고꾼' 전공 살린 사랑표현에 '훈훈'

최근 대구 북구의 버스정류장 2곳에 한 경찰관의 모습이 담긴 광고판이 설치됐다. 광고에는 제복을 입은 중년의 경찰관이 순찰차 운전석 문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광고의 주인공은 대구 북부경찰서 복현지구대에 근무 중인 김천용(60) 경위. 그는 오는 30일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 광고는 공직에 30년을 몸 담고 정년퇴직을 앞둔 아버지를 위해 김 경위의 작은아들 성진(29)씨가 만든 작품이다. 광고는 김 경위의 순찰 구역인 경북대북문과 복현우체국 정류장에 내걸렸다. 성진씨는 아버지가 지난 30년간 묵묵히 사회와 가정을 지켜온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광고를 만들었다고 했다.

성진씨는 "경찰 제복을 입고 언제나 당당하신 모습으로 한 자리에 계셨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정년을 앞두고 아쉬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광고를 제작하게 됐다"면서 "광고판을 설치한 후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아버지의 인생을 응원해줘 기쁘다"고 말했다. 성진씨는 대학에서 광고 관련 전공을 하고 현재 서울의 한 광고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성진씨는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다. 어머니와 아들 2명 모두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하기 어려워하셨다"면서도 "하지만 말씀을 따로 하지 않으셔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광고 일을 하겠다고 하는 저를 믿어주셨다"고 했다. 그는 "군에 입대할 때 논산훈련소를 아버지와 함께 갔었는데 아버지 눈시울이 붉어졌던 모습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함께 지구대에 근무하고 있던 동료들도 김 경위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전국진 경위는 "그는 경찰 인생 대부분을 지구대에서 근무하며 현장을 뛰어다녔다"며 "정년퇴직을 앞두고도 연가 하나 쓰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도 말단 순경도 세심히 챙기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믿음이 갔다"고 전했다.

김 경위는 순찰을 돌던 중 우연히 자신의 모습이 담긴 광고판을 발견했다고 한다. 성진씨가 아버지 몰래 광고판 제작을 하면서다. 김 경위는 "평소 아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어 아들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지 상상도 못했다"며 "돌이켜보면 어느 하루 편했던 날이 없었던 경찰이라는 직업이지만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어 행복했고 보람찬 인생 1막이었다"고 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