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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냐, 지지층이냐 … 명분과 실리 놓고 고민에 빠진 국민의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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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호 04면

기로에 선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

10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딱 한 달이 됐다.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곧바로 국정을 맡게 된 문 대통령은 당초 세간의 우려와 달리 화제의 인선과 소탈한 행보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소장파 중심 강경 입장에 #호남·중진 의원들은 후폭풍 우려 #김이수·강경화 연계 전략도 논란 #청와대, 주말 대야 설득 총력전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당장 내각 구성부터 암초에 걸렸다. 현재까지 문 대통령이 공식 임명한 후보자는 이낙연 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두 명뿐. 진용이 도무지 갖춰지지 않다 보니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이 꼬일 대로 꼬이면서 좀처럼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이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인사청문회가 한꺼번에 열렸던 ‘수퍼 수요일’ 직후만 해도 국회 주변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논란만 지속될 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는 별 무리 없이 채택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지난 9일 강경 입장으로 다시 선회하면서 세 후보자의 거취가 모두 미궁에 빠져들게 됐다.

국민의당의 태도 변화에는 당내 소장파와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강경 입장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와대·여당과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사이에서 ‘여당 2중대’ 소리를 들으면서 자존심이 상한 일부 의원이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며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을 당 지도부에 촉구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한 초선 의원도 “청와대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당의 존재 이유는 언제 어떻게 찾겠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상황 반전에 중진 의원들과 호남 출신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된 지지 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의 반발 기류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면 당장은 속이 시원하고 명분도 챙기는 것 같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도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며 “자존심을 살리려다 자칫 지지층 이반이란 더 큰 실리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국민의당 원내 지도부가 지난 9일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과 김이수 후보자 국회 인준 표결을 연계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지층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도 “지지자들이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김이수 후보자까지 걸고 들어간 건 아무리 전술적 차원이라 해도 실책”이란 반발이 적잖다. 한 재선 의원은 “한 명은 낙마시켜야 체면을 세울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캐스팅보트는 쥐고 있을 때 가장 가치를 인정받고 쓰더라도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은 너무 섣불리 꺼내드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주말인 10일에도 세 후보자 전원 구제를 목표로 대야 설득을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특히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낸 10명이 이날 강 후보자를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내자 크게 고무된 표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라도 대승적으로 결단해주길 간청하고 있다”며 “12일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 때도 진정성 있는 협조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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